중국 여객기가 추락한 뒤 폭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 부서지고 심하게 탔는 데도 구사일생으로 30여명은 목숨을 건졌다.특히 일부 생존자는 경미한 부상만 입어 대형참사 현장에서도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생사 갈린 LG화재 직원들
공로휴가차 중국여행을 다녀오던 LG화재 직원 16명은 김해공항 착륙을 불과 몇 분 앞두고 생사가 갈렸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한 김동환 안동지점장 등 10명은 의식이 들자 동료들의 생사부터 걱정할 정도로 돈독한 동료애를 발휘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영업실적이 뛰어난 설계사로 선정돼 5박6일 일정의 포상 휴가 성격의 나들이를 다녀오던 길이었다.
안동영업팀장인 남편 김보현(27ㆍ경북 안동시)씨와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부인 라흐모바 아지자(23ㆍ여)씨는 항공기 중간지점의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가 함께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임신 7개월의 아지자씨는 남편이 승무원에게 ‘가능하면 아지자씨를 (비행기에서 내리기 편하도록) 앞좌석으로 옮겨달라’고 부탁하는 소리를 듣고 ‘그대로 함께 있겠다“고 극구 사양, 죽음 직전에서 발을 뺄 수 있었다.
사고 직후 여객기내에서 먼저 깨어난 김씨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옆좌석의 아내를 보는 순간 빨리 깨워 나가야 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김씨는 아내를 부축한 채 정신없이 부서진 동체 밖으로 기어나온 뒤에야 항공기가 산 중턱에 추락한 사실을 깨달았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취업차 한국에 온 아지자씨를 만나 2개월에 걸친 구애끝에 지난해 12월 결혼, 이번 여행에 동반했다.
김씨는 “함께 떨어져 앉지 않은 것이 우리 모두의 목숨을 구했다”며 “가벼운 타박상 정도만 입은 것은 하늘이 도운 덕분”이라고 말했다.
안동지점장 김동환씨도 급히 병원으로 달려온 가족들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허겁지겁 김씨를 병원으로 찾아 온 박씨의 부인은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남편이 무사한 데 대해 감사한다”면서 함께 탄 직원들의 생사를 걱정했다.
■재중동포들의 생환기적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사고기에 탑승했던 재중동포 2명도 자신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이날 사고기 좌측 앞부분(7A)에 탑승했다고 찢어진 기체 사이로 기어 나온 김문학(35)씨는 말을 잊지 못하고 울음부터 터뜨렸다.
그는 지난 2000년 5월 한국에서 선원으로 일해오다 지난달 7일 휴가를 받아 중국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돈을 벌어 돌아가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이루려던 꿈이 물거품이 되고 하마터면 모친(58)과 부인 김홍매(30) 씨, 어린 딸(7)의 배웅이 마지막이 될 뻔했다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
김씨의 바로 뒷좌석(8A)에 탑승했던 재중동포 박선철(30)씨도 ‘한국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선원으로 취직하기 위해 생후 6개월 된 딸을 뒤로한 채 집을 떠난 지 불과 몇 시간만에 사고를 당했으나 가벼운 부상만 입고 목숨을 구했다.
박씨는 부산에서 참치잡이 원양어선에 타 2년간 일할 계획이었다. 박씨는 “돈을 벌어보지도 못하고 가족과 생이별을 할 뻔했다”며 울먹였다.
/김해=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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