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집에 가서 밥도 못 얻어 먹었으냐” 며 남편 김영철이 라면 냄비를 엎어버린다. 부인 황신혜가 뒤집어 쓴 것은 라면 국물이 아니라 면발. 너무 퉁퉁 불어 국물은 없어졌다. (MBC 월화 드라마 ‘위기의 남자’, 8일 방영분 ).사표를 낸 남자가 회사에서 짐을 정리해 나온다. 그런데 빈 박스일까. 너무 가볍게 들어 버린다. (KBS2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 12일 방영)
아래층 여자 이승연과 이태란이 윤다훈 김정현을 초청해 요리 솜씨를 뽐낸다. 방금 만든 스파게티. 그런데 다 식어 스파게티를 비비는 게 참 힘들어 보인다. (KBS2 ‘내 사랑 누굴까’)
사극의 편당 제작비가 수천~1억원씩 들어가는 요즘. 전신주가 서 있는 풍경이나 플라스틱 막걸리 사발 같은 것을 찾을 수 없다.
소품이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 유난히 신경 쓰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물에서의 ‘사소한’ 실수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겨울 연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배용준이 커다란 여행가방을 끌고 비장하게 떠나는 장면, 그런데 속이 텅 비어 가방을 끌 때 ‘달달달달’ 소리를 낸다.
‘명랑소녀 성공기’에서도 화장품 박스를 옮겨 싣는 인부들이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속이 비었기 때문이다.
가방이나 박스 속에 대충 아무 것이나 집어넣었더라도 이런 실수는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14일 SBS 여고시절. 사돈 김지영과 잠자리에 누운 보석의 고모 김영옥의 입술은 새빨갛고, 역시 침대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는 이유진 얼굴 역시 화장기가 그대로이다.
잠자리에 누운 여성들의 얼굴에 립스틱은 물론 눈화장까지 그대로 인 경우가 허다하고, 심지어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는데도 얼굴에는 물 한 방울 없이 화장기만 보송보송한 경우가 적잖다.
잠자는 장면에서도 예뻐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지나쳐서일까.
‘명랑소녀 성공기’에서의 야구장 장면. 스노이 화장품의 체육대회 날.
장혁이 시구를 한 것은 분명 낮이었는데, 곧 이어 안타를 친 장나라가 홈에 들어올 때는 어둑어둑 해가 저물었다.
요즘 야구는 1회를 마치는데 대여섯 시간씩 걸리나 보다.
계속 이런 실수를 하려면 차라리 ‘옥에 티를 찾아라’를 프로그램마다 고정 편성, 찾아낸 시청자에게 푸짐한 상품이라도 안겨주는 것은 어떨까.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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