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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여객기 김해 추락 / 생존자가 전하는 사고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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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여객기 김해 추락 / 생존자가 전하는 사고순간

입력
2002.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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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이상하다. 사고가 날 것 같다. 추락하는 것 같다. (승객들 비명소리) 빨리 119나 경찰에 연락해달라”15일 오전 11시30분. 중국국제항공공사 보잉 767기가 김해공항 인근에 추락하기 직전. 이 항공기에 탑승해 있던 경산대 이강대(李康大ㆍ42) 교수의 절박한 목소리가 대구 기린여행사 전화기를 통해 울렸다.

롤러코스트를 타듯 곡예비행을 하는 기내에서 사고를 직감한 이 교수가 지인인 이 여행사 김유석(金裕錫ㆍ38)상무에게 휴대폰 전화를 했다.

“무슨 일이죠?” 김 상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찢어지는 듯한 비명과 함께 “쿵…”하는 굉음이 들리며 전화가 끊겼다.

김 상무는 순간 “큰 사고구나”하는 생각이 들자 바로 중국국제항공공사 대구사무소에 사고 소식을 전했다.

이 교수는 천우신조로 목숨을 구했지만 온 몸에 격심한 통증으로 꼼짝할 수가 없었다. 간신히 기어 비행기를 빠져나온 이 교수는 집으로 전화해 사고소식을 알렸다.

중국통으로 경산대 동아시아학부에 재직 중인 이 교수는 지난 12일 학술회의 참석차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귀국하는 길이었다.

온 몸을 다쳐 김해 성모병원에 누운 재중동포 김문학(金文學ㆍ35ㆍ중국 지린성)씨는 “그토록 염원해온 한국행이 이렇게 돼버리다니···”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착륙안내 방송이 나오고 조금 있다가 바퀴가 나오는 ‘두두둑’소리가 나 ‘내릴 준비를 해야지’ 하는 참에 갑자기 비행기 오른쪽으로부터 엄청난 충격이 오더니 선반쪽에서 날아온 뭔가에 머리를 부딪히고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주변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종이처럼 찢겨진 비행기를 뒤덮은 자욱한 연기, 어두운 하늘에서 내리는 비, 여기저기서 들리는 “살려달라”는 비명소리…

김씨는 움직이려 했으나 엄청난 통증이 허리로 다리로 밀려왔다. 이마에는 피가 쉴새 없이 흘러 내렸다. 이를 악물고 간신히 기체 밖으로 나왔을 때 폭발음이 연신 들렸다. 젖은 흙과 흙을 뚫고 나온 나무뿌리를 타고 넘으며 한참을 기다가 김씨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이동렬기자

dylee@hk.co.kr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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