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다큐멘터리가 재미있는 경우는 두 가지이다.해당 종목에 대한 전문 지식을 총동원해 설득력 있는 분석을 내놓거나, 아예 스포츠를 뛰어넘어 탁월한 인문학적 시각을 선보이거나.
11일 밤11시 방송한 MBC ‘D-50 월드컵특집 다큐멘터리’ 2부작은 이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하면 다 잡을 수 있는지 제대로 고민하고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제1부 ‘히딩크와 한국축구, 도전 500일’(연출 이용석)은 축구에서 그 나라 국민성을 끄집어내려 한 인문학적 접근이 신선했다.
‘전차군단’ 독일 축구가 독일국민의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 축구가 네덜란드 국민의 ‘바이킹의 후예’다운 공격적 모험심을 대변한다면, 우리 축구는 우리 국민성의 무엇을 보여줄까?
프로그램은 그 해답을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에 비친 한국축구의 모습에서 찾았다.
주입식 교육 탓에 그라운드(사회)에서도 창의성이 떨어지는 ‘자기표현력의 부족’, 경기(일)를 즐기기 보다는 반드시 이기기 위해 죽기살기로 뛰는(일하는) ‘한(恨)의 축구’…. 좋아하는 것도 빠르고, 실망하는 것도 빠른 관중(국민)의 조급성을 ‘무엇이든지 빨리빨리’라는 명제로 꼬집었다.
한마디로 한 꼼꼼한 인문학자의 ‘축구 보기’인 셈이다.
전문가적 분석력이 돋보인 것은 제2부 ‘한국축구여 깨어나라’(연출 백창범)에서였다.
최소 3명 이상의 수비수가 일자(一字)로 늘어서는 수비 시스템, 공격수와 수비수의 간격을 최소화한 압박축구 등 히딩크 감독이 몰고 온 한국축구의 변화상을 전문가 인터뷰, 컴퓨터그래픽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짚었다.
물론 이 프로그램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히딩크 감독의 선수시절과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시절에 대한 언급이 지나치게 ‘용비어천가’ 스타일이었다.
최근 핀란드와의 평가전에서 그나마 2대0으로 이겼으니까, 이런 프로그램을 방송했다는 의심도 든다.
그럼에도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이라면 으레 과거 주요 경기와 골인 장면만 지겹도록 보아왔던 시청자로서는 2시간이 결코 지겹지 않은 수작이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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