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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작가' 김기린ㆍ김호득 개인전 / "점은 세계이고 세계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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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작가' 김기린ㆍ김호득 개인전 / "점은 세계이고 세계는 점"

입력
2002.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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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점 찍기는 신체의 궤적도, 붓질의 자국도 아니다. 그것은 시간의 흔적일 뿐이다.”(김기린)“한 점이 온 세계이고, 온 세계가 곧 한 점이다.”(김호득)

온 몸으로 하는 점 찍기를 통해 작품세계를 밀고 온 두 작가의 작품전이 열린다.

한 사람은 40여 년 가까이 사각형의 캔버스 안에 단색의 점을 찍어온 원로 서양화가 김기린(66), 한 사람은 일필휘지 사실적 필치의 화풍에서 한 점 점찍기로 그림의 원점에로 회귀하려 하는 중견 한국화가 김호득(52)씨다.

김기린씨는 18일부터 5월 11일까지 서울 청담동 카이스갤러리(02-511-0668)에서 16번째 개인전을 연다.

70년대 한국화단을 휩쓸었던 미술 흐름인 모노크롬 회화의 선구자,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작업해온 그의 여일한 ‘색의 탐구’를 볼 수 있는 자리이다.

그의 작업은 캔버스를 정교하게 계산해 그린 그리드(grid)에 끊임없이 반복하는 덧칠로 묻어버리는 과정이다.

단색을 칠하고 긁어낸 후 다시 덧칠과 긁어내기를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색은 그 본래의 순수한 모습을 드러낸다.

김씨는 “인상파 회화의 색은 빛이지 색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색채의 상징성보다는 색 그 자체를 성실히 드러내려는 것이 그의 작업이다.

이 철학으로 수십년 점 찍기를 계속해온 그는 “요즘은 정적인 점에서 율동적인 점으로 관심이 옮아가는 것 같다”며 “점을 찍는다기보다 캔버스 위에 페인트를 ‘갖다 놓는다’는 것이 내 작업의 적확한 표현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득씨가 5월 19일까지 일민미술관(02-2020-2062)에서 5년만에 여는 개인전 ‘흔들림, 문득’은 회화의 근원을 끊임없이 회의해온 그의 철학이 드러나는 자리이다.

“폭포와 계곡, 산과 들, 바위와 꽃을 그리는 것이 한국화인가?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그리는 것이 그린다는 것의 본질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다.

이런 생각으로 가로 세로 2㎙가 훨씬 넘는 화폭에 그는 커다란 점만 찍기 시작했다.

사실적인 풍경을 제거시키니, 오히려 한 점 속 수묵의 농담과 붓질의 흔적에서 마음의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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