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반도체 매각협상이 거센 역류에 휘말리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주가가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30달러’ 밑으로 추락하는 등 주변상황이 극도로 나빠졌기 때문이다.하이닉스 채권단 내부에서는 마이크론측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협상(3월 11~16일) 이후 모든 대화채널을 폐쇄한 채 무응답으로 일관, 사실상 ‘협상 파기’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14일 “마이크론측이 일본 도시바의 D램 사업부문을 추가 인수하는 데 전력을 집중하면서 하이닉스 협상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상태”라며 “협상의 장기화 내지는 결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표면적으론 ‘도시바 협상’을 이유로 하이닉스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지만 실제로는 하이닉스 인수대금으로 지급할 주식가격이 최근 1~2주 사이에 지나치게 하락한 것이 그 배경”이라며 “마이크론 입장에선 주가산정 기준을 바꾸지 않으면 안될 형편이라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원점’에서 다시 시작될 공산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12일 현재(미국 시간) 마이크론 주가는 지난해 12월 하이닉스와 제휴협상이 시작된 이후 최저 수준인 주당 29.06달러. 현재 주가(평균 30달러)를 기준으로 하이닉스 매각대금(40억 달러)을 계산할 경우 채권단은 약 1억3,300만주를 받게 된다. 마이크론의 발행주식수가 총 6억 주이므로 채권단이 마이크론 지분의 무려 22%나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마이크론의 최대주주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의 지분이 현재 약 8%로, 국내 채권단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경우 국내 채권단이 경영권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마이크론으로선 도저히 협상에 응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협상 초기만 해도 마이크론은 최대 5%의 주식만 내놓아도 하이닉스를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며 “주가가 10달러 이상 떨어지면서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기 때문에 마이크론이 협상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최근 마이크론 내부에서도 200㎜(8인치) 웨이퍼 위주인 하이닉스 D램라인의 인수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은 기존 보유공장에 300㎜ (12인치) 웨이퍼 공정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하이닉스 라인이 생산력이 뒤떨어지기 때문에 마이크론이 인수여부를 심각히 고민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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