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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의 과학이야기] (5)초대칭이 대통일장 이론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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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의 과학이야기] (5)초대칭이 대통일장 이론과 만났을 때

입력
2002.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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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입자가속기연구소(CERN)는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반양성자를 충돌시켜 발생하는 힘인 강력의 크기에 대한 계산 수치를 발표했다.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 힘 중 중력을 제외한 전자기력, 약력, 강력을 통일하고자 하는 대통일장 이론(grand unified theory)은 당시 이론 물리학자들이 매달리고 있던 연구 주제였다.

실제로 힘의 통일이 가능한가를 따지기 위해서는 실험 결과가 필요했다. 그 결과가 공개된 것이다.

나 역시 그 결과를 받자마자 평소 준비하고 있던 공식에 대입해봤다.

당시 함께 연구하고 있던 연구원 이응원 박사(현 목포대 교수) 등의 연구진과 함께 컴퓨터를 이용해 계산을 하니 처음에는 맞지 않았다.

전자기력과 약력, 강력이 여간해서는 한 점으로 모이지 않는 것이다. 힘의 통일은 어려웠다.

하지만 초대칭(supersemetry)이라는 수학적 개념을 대입하자 세 힘이 한 점으로 모이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대통일장 이론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고에너지 상태에서 초대칭 개념을 넣어야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1928년 디라크는 입자 물리학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던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하나로 합쳤다.

1920년대 하이젠베르크와 보어가 고전적 양자이론의 틀을 확립했다면, 디라크는 상대론적 양자론을 세운 것이다.

디라크의 첫 발견은 모든 입자에는 반입자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대표하는 E=mc2(제곱)이라는 공식을 기억할 것이다.

원자탄의 원리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여기서 E는 에너지, m은 질량, c는 광속도를 뜻한다.

그런데 원래 상대성이론에서는 E2=m2c4이 먼저 자연스레 유도된다.

여기서 E의 값을 알려면 E=+-루트m2c4이 되고, E의 해답으로 플러스만이 아닌 마이너스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이 마이너스가 반입자에 해당된다. 자연계의 물질을 이루는 입자의 수가 반입자 때문에 2배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입자와 반입자는 만나면 소멸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우리 주위에는 인공적으로 만들지 않는 한 반입자는 존재할 수 없게 된다.

1970년대 베스와 주미노는 시ㆍ공간에 특별한 성질이 더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대칭의 성질은 시간의 대칭, 공간의 대칭인데 시공간을 동시에 생각할 때 나오는 대칭성이 바로 초대칭성이다.

초대칭은 수학적 개념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간단히 원리를 설명해보면 이렇다.

기본입자들은 ‘스핀’이라는 독특한 성질에 따라 근본적으로 다른 보존과 페르미온으로 분류할 수 있다.

초대칭성은 이들을 연결해주는 것으로, 입자(예를 들어 페르미온)가 있으면 반드시 초대칭 쌍입자(보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전자의 쌍이 되는 초대칭 전자(selection)가 있어야 하며 스핀을 제외한 모든 성질이 같아야 한다.

다시 입자의 수가 2배로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입자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초대칭성은 깨져있다고 말할 수 있다.

쌍입자들은 아직 관측 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고 믿어지는데 무게는 양성자 무게의 약 100~1000배로 추측된다.

힘의 통일을 계산할 때 이 입자들을 모두 포함시켜야 하며 이 사실 때문에 통일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CERN에 새로 지어지고 있는 대형가속기도 최우선 목적이 초대칭 쌍입자들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입자들이 바로 현재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이 우주의 암흑물질일 것이라는 가정이 지배적이다.

1월31일 이 같은 ‘초대칭 개념을 이용해 대통일장 이론이 가능해졌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싱가포르에서 나오는 물리학 전공 저널에 보냈다.

친한 친구가 그곳의 편집장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몇 달 전부터 발표할 좋은 논문이 있으면 자신의 학술지에 실어달라고 여러 번 부탁을 했던 차다.

그로부터 40여 일 뒤 CERN에 있던 물리학자들이 똑같은 결과를 제네바에서 나오는 물리학회지에 냈다.

결과적으로 이 논문은 세계 이론물리학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 중의 하나가 됐고, 우리 연구팀이 제출한 논문은 그 10분의 1 수준 밖에 인용되지 않았다.

학술지의 지명도 차이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우리가 초대칭 개념을 이용한 대통일장 이론을 최초로 제안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나는 관심이 없었다.

수 년이 흐르고 나서야 우리의 논문이 가장 먼저라는 것을 알게 됐다.

최근 국내에서 출간된 브라이언 그린 교수의 ‘엘러건트 유니버스’(The Elegant Universe)에도 이 사실이 잘못 쓰여져 있어 필자로부터 내용을 고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과학자에게 있어 ‘누가 먼저 이론을 내고, 어떤 논문이 얼마나 많이 인용되는가’라는 문제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실을 알아낸다는 것은 희열이 가득한 순간이 된다.

영감을 받은 것처럼 새벽 3시에 연구실로 뛰어 나가는 일도 무수히 많았다. 하나의 발견, 그 자체만으로도 과학자는 기쁨의 전율을 느낀다.

물론 실수나 틀린 결과를 놓고 기뻐하는 일도 많다.

나 역시 1974년 자연계 속 4개의 힘 이외에 또 하나의 힘이 있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중간력이라는 힘의 존재에 관한 논문을 여러 편 발표했으나 6개월만에 잘못된 예측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과학은 그런 것이다.

며칠 전 국내 각 언론에 과학논문인용색인(SCI)에 오른 학술지에 발표한 국내 과학논문 총수가 세계 14위에 올랐다고 보도된 것을 봤다.

미국에서 35년간 교수 생활을 하면서 인용횟수나 SCI 순위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사실들이 대서특필되는 현상이 의아했다.

객관적인 업적 평가를 위해 발표한 논문의 수로 따질 수밖에 없다는 한국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과학자의 길을 걷는 사람들의 노력과 고생을 이런 계량화한 수치로밖에 평가할 수 없는 것일까?

다시 한 번 과학이 이렇게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초끈이론

초대칭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이다.

초끈의 영어표기 ‘superstring’이 초대칭(supersemetry)과 끈(string)의 합성어라는 사실만 봐도 이 두 가지 이론 사이의 관계를 알 수 있다.

초끈 이론은 입자가 점이 아닌 고무줄 같은 끈의 형태로 이뤄져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고무줄의 길이는 약 10-33㎝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고무줄 모양의 입자는 진동하는데 그 진동방식에 따라 각각의 입자가 분류되는 것이다.

마치 바이올린의 진동에 따라서 소리가 다르게 나는 것과 같다.

초끈이론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등과학원 김정욱 원장은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4가지의 힘을 하나로 통일하는 만물의 법칙(Theory of Everything)을 설명할 유력한 후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74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의 존 슈바르츠 교수가 끈 이론에 초대칭성을 접목해 초끈이론을 제안하면서 이론이 확립되기 시작했다.

필요 없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며 진동하고 있던 끈의 정체가 중력을 매개하는 중력자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어 슈바르츠 교수가 1984년 런던대의 마이클 그린 박사와 함께 양자역학적 모순을 해결하면서 초끈이론으로 4가지 힘을 설명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 초끈이론이 성립하는 곳은 현재 우리가 존재하는 4차원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 특징이다.

바로 10차원 혹은 11차원에서 만물의 법칙이 설명된다는 것이다. 이 발견이 초끈이론의 1차 혁명기로 불린다.

그리고 1995년 프린스턴대 에드워드 위튼 박사가 1차원 끈처럼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11차원의 막(Membrance)으로 말려있는 2차원이라고 설명함으로써 초끈이론의 2차 혁명기가 시작됐다.

현재도 많은 이론물리학자들은 이론 규명에 나서고 있는 진행형 사안이다.

브라이언 그린 교수는 초끈이론에 관한 책 ‘엘리건트 유니버스’에서 “끈이론은 인류의 영원한 질문인 우주의 창조와 진화에 가장 근접한 해답을 줄 수 있는 후보로서 손색이 없다”고 밝혔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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