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혼돈에 휩싸였던 베네수엘라 정국을 사실상 좌지우지한 것은 군부였다.12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권좌 축출을 주도한 것도, 실각이 알려진 지 불과 50시간만에 복귀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도 차베스와의 충성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군 지휘관들이었다.
차베스의 실각과 쿠바 망명설이 뒤집어질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 것은 13일 일부 군장성들이 과도 정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부터다. 수도 카라카스 인근 기지의 라울 바두엘 42 공수여단장은 이날 “차베스 대통령이 공식 사임했다는 증거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며 과도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적지 않은 F-16 전투기와 2,000여 정예 특수부대원을 통제하는 데다 수도와 근거리라는 점 때문에 바두엘의 항명은 즉각 위력을 발휘했다. 차베스 축출에 앞장 선 에프라인 바스케스 육군 참모총장 등의 요청으로 임시 대통령에 오른 페드로 카르모나 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이때부터 제 몸 간수에 바빴다.
카르모나는 취임 하루만에 대통령궁 정문까지 들이 닥친 친 차베스 병력을 피해 자신이 임명한 새 각료 10여 명을 궁 지하실에 남겨둔 채 인근 티우나 군 기지로 몸을 피했다. 그 직후 대통령궁은 친 차베스 부대에 장악됐다.
이번 사태는 주요 군 지휘관들의 완전한 합의와 빈틈 없는 계획 없이 급조해서 이루어졌다는 정황도 뚜렷하다. 실각한 차베스를 1차 억류했던 티우나 군 기지 장교들은 13일 “차베스의 복귀를 지지한다”고 말해 쿠데타의 의견 통일이 충분치 않았거나 적어도 대오가 흐트러졌음을 시사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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