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애연가인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올 초 전에 없는 금연 열풍이 불어 닥쳤다.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00년도 암 현황에 따르면 전체 암 사망자 5만 8,042명 중 폐암환자가 20%로 사망률 1위를 기록했다.
발생률도 전체 발생건수 8만 3,846건 가운데 1만 230건(12.2%)으로 위암(20.8%)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폐암이 이처럼 치명적인 이유는 호흡이 곤란해지는 결정적인 순간까지 별다른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폐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코미디언 이주일 씨도 “말기 폐암으로 확진을 받기 3개월 전에 종합건강진단을 받았지만 정상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폐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워 5년간 생존율이 10%에 불과하다.
폐암은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으며, 기침ㆍ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나도 감기로 오인해 조기 진단 시기를 놓친다.
폐암이 수술 가능한 초기에 발견되는 경우는 전체 폐암의 20~25%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폐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60%로 높아지기 때문에 조기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흡연량 많을수록 발병률 높아
폐암의 약 90%는 흡연 때문에 발생하며 흡연량이 많아질수록 폐암 발병률도 높아진다.
비흡연자 가운데 폐암 발생빈도는 10만 명당 3.4명에 불과한 데 반해 담배를 하루 반값에서 1갑 정도 피우는 흡연자는 10만 명 당 59명(17.4배), 하루 2갑 이상은 10만 명당 217명(64배)으로 발병률이 급증한다.
특히 15세 이전의 청소년기에 흡연을 시작한 경우에는 25세 이후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사람보다 폐암 사망률이 7배 이상 높다.
담배를 피우다가 금연을 했다고 곧바로 폐암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연 효과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나타나기 때문이다.
폐암은 보통 세포가 몇 년 동안에 걸쳐 서서히 암세포로 변하므로 일단 암세포가 분열을 시작한 경우에는 금연을 해도 암세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폐암을 예방하려면 청소년기부터 담배를 배우지 않도록 하고 라돈ㆍ비소ㆍ석면 등 발암 물질이나 혼탁한 공기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또 폐암은 직접적인 유전질환은 아니지만 다른 암들과 마찬가지로 가족력이 있는 경우엔 발병 빈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컴퓨터단층촬영으로 정확히 진단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폐암 진단 방법으로 주로 가슴 X선 촬영과 가래검사 등을 이용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특정인을 4개월마다 이 방법으로 검사한 결과, 폐암의 발견에는 다소 도움이 됐지만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는 데는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슴X선 촬영은 종양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발견이 어렵고, 암세포의 증식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정기적 촬영으로도 정확하게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폐암 발생 여부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컴퓨터단층촬영(CT)을 받는 게 좋다.
특히 20년 이상 흡연을 했거나 50세 이상이면 매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하지만 CT검사는 한 번 검사에 20만원이 넘고, 방사선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이런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사선 조사량(照射量)을 보통 CT의 6분의 1정도로 줄인 저용량CT가 폐암의 조기 진단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국내에서도 이를 사용하는 병원이 늘고 있는 추세다.
■비소세포암은 수술로 완치율 높아
폐암은 세포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소세포암과 비(非)소세포암으로 나뉘며 이 중 비소세포암(편평상피세포암, 선암, 대세포암)은 조기 발견할 경우 수술이 가능하다.
폐암은 수술하면 암세포가 금세 퍼진다고 알고 있는데 비소세포암의 경우는 수술로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비소세포암의 수술 후 완치율은 제1기는 70~80%, 제2기 40~45%, 제3기 전반에서는 15~25% 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다.
수술이 불가능한 3기 후반부터는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반면 전체 폐암의 20%를 차지하는 소세포폐암은 암세포가 계속 분열해 조기에 온몸으로 퍼지기 때문에 수술 대신 항암제와 방사선으로 치료한다.
항암제 치료는 치유 속도는 빠른 편이지만 재발되기 쉬워 완치율은 10~15%에 불과하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