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崔圭善)씨가 공군의 차기전투기(F-X)사업 기종선정에까지 손을 뻗쳤다는 정황과 진술이 드러나면서 ‘최규선 게이트’의 불길이 또다른 방향으로 번져가고 있다.물론 현재로서는 미 보잉사의 F-15K로 내정된 기종 결정 과정에 최씨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를 찾기는 어렵다. 게다가 국방부와 군 관계자들은 공식 에이전트도 아닌 최씨가 F-X 사업과 관련, 전혀 영향력을 미칠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최씨 등의 행적을 보면 그가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와의 접촉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차기 전투기 도입에 관여하려 했다는 추론은 충분히 가능하다.
우선 최씨는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보좌관으로 근무했던 2000년 민주당 안보자문위원으로 있던 김 장관을 2~3차례 만나 안면을 튼 것으로 돼 있다.
2001년 4월 김 장관이 국방장관으로 취임한 후에도 직접 찾아가 축하인사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장관은 부인하고 있지만 김홍걸(金弘傑)씨도 최씨와 함께 취임 후 김 장관과 만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최씨가 자신의 로비사실을 공공연하고 주변에 얘기하고 다녔고 이 과정에서 실제로 사정당국에최씨의 수상쩍은 움직임이 포착됐던 사실 등으로 미뤄 최씨가 군 수뇌부를 상대로 실제로 F-X 관련 로비에 나섰을 가능성은 크다.
이와 관련, 최씨 등이 김 장관을 만난 시점을 전후해 F-X 후보업체들의 로비전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점도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들은 “F-X사업은 어떠한 로비 등의 영향없이 공정하게 투명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입김과 정책적인 배려에 따라 F-15K로 내정됐다는 것이 일반론이기는 하다.
이 때문에 최씨 등이 이 과정에서도 홍걸씨 등 권력주변 인사들을 앞세워 비공식 에이전트를 자처하면서 관련 업체로부터 금품만 챙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 장관도 “최씨가 나쁜 짓을 하고 내 이름을 팔고 다녔다”고 말해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최씨 등이 군 수뇌부를 만난 사실만은 일부 확인되고 무기도입 과정에서 제기됐던 각종 의혹들도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여서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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