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세계는 승패의 세계라는 점에서 주식시장과 매우 유사하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방향성 투자(분석보다 힘으로 몰아가는 투자) 패턴이 유행하고 있는 현 상황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스포츠 세계와 많이 닮았다.스포츠와 주식시장의 공통점은 ‘경기를 하면 할수록 공격성에 더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스포츠를 직접 하거나 관람하면 내재된 공격성과 적대감이 모두 방출돼 없어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미국의 사회과학자들은 오히려 공격적인 갈등을 증진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1964년 페루에서는 축구경기 동안 293명의 사람이 살해되거나 짓밟혀 죽는 사건이 일어났고, 1971년 스코틀랜드에서는 팬들이 경기장 출구를 통해 한꺼번에 빠져나가려다 66명이 압사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주 후반 유가 급등과 미국시장 불안과 같은 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강세를 보인 현상에서도 투자자의 과장된 공격성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경기가 거칠어질수록 정석 플레이를 구사하는 스포츠 모범생이 외면당하는 것처럼, 주식시장의 모범생인 위험 관리자들이 외면당한 것이다.
스포츠나 주식투자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관중을 의식하지 않는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점도 닮았다. 스포츠 경기에 임할 때 상대방의 장단점 및 감정변화를 놓치지 않는 자세는 필수적이다. 그렇다고 상대방이 아닌 관중의 흥분에 우쭐할 필요도, 야유에 움츠러들 필요도 없다.
주식시장에서도 투자주체별로 밀고 당기는 상대방의 동향을 주시하는 자세는 필수적이지만, 사고파는 주체가 아닌 구경꾼(애널리스트 등)들의 훈수를 열심히 좇아가는 태도는 줄여야 할 것이다.
최근 장세의 특징은 극에 이른 공격성, 지나친 관중 의식, 실전경기와 연습 간의 괴리 심화 등으로 요약된다. 따라서 스포츠 심리학이 감성의 논리가 좌우하고 있는 현재의 시장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과장된 공격성을 시정하려고 노력하는 차원에서, 금주 장세를 풀어가야겠다.
정동희 AntiView.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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