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비리 의혹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아들들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통령 친인척 관리가 실패했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집권 초 “섭섭할 정도로 친인척을 관리하겠다”고 다짐했었다.또 친인척 비리가 한 두건 터져 나올 때만해도 친인척관리 시스템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그러나 최근 여러 사건에 대통령 아들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결국 청와대의 책임론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양상이다.
최규선씨만 하더라도 국정원이 2000년 말 청와대에 “최씨가 3남 홍걸씨를 팔고 다닌다”고 보고했는데도 건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최씨는 1998년 청와대 사직동팀, 경찰청 특수수사대의 조사를 두 차례나 받았던 주의 대상인물이었다.
이런 최씨가 홍걸씨를 배경으로 호가호위하며 이권에 개입한다는 보고가 있었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이를 보고했던 실무자들이 ‘곤욕’을 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보고가 중간에 차단되거나 올라가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다는 점을 말해준다. 또는 보고가 제대로 올라갔다면 후속조치가 어떠했는지가 의문시된다.
최씨에 대한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친인척 문제에 개입하면 손해”라는 말들이 사정ㆍ정보기관에 퍼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보신주의 기류가 형성되면서, 친인척들에게 몰려드는 이권 브로커들이 더 많아졌다고 볼 수도 있다.
올해 들어서만 김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씨, 동교동 집사인 아태재단 이수동(李守東) 전 이사가 구속됐고, 막내 처남인 이성호(李聖鎬)씨의 벤처 연루설이 터진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고 해야한다.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김 대통령이 야당 시절 사정ㆍ정보기관의 야당 사찰 등 역기능에 염증을 느껴 이들 기관들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권 출범 초기에 청와대 비서실에 법무비서관만을 두고 민정수석실을 두지 않은 것도 이들 기관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민정수석실 등의 우선적 기능은 대통령 친인척이나 여권 실세들의 부패 연루 가능성을 끊임없이 감시, 기강을 확립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통령이 가족이나 정권 창출에 기여한 사람들을 엄격히 대하기 어려운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에 사정ㆍ정보기관이 그 악역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친인척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역풍을 맞을 각오를 하는 사정관계자와 이를 뒷받침해주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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