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흥수(文興洙) 서울지법 부장판사가 법원장의 자의적 판단에 기초한 법관 평가제도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데 이어 이번에는 임관성적 위주의 법관 서열제에 대한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정진경(鄭鎭京) 서울지법 판사(사시27회)는 최근 법원 전산망 게시판에 띄운 ‘성적위주의 서열제도 타파되어야 한다’ 제목의 글에서 “임관성적 서열에 따른 현 법관 인사제가 법관들에게 심한 모멸감과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으며 경직된 사고와 관료화를 조장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정 판사는 서열제 인사의 실태에 대해 “본인 희망 등과는 무관하게 임관 당시 서열을 기준으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고법은 행정ㆍ민사ㆍ형사 순으로, 서울지법은 형사ㆍ민사고액 등 순으로 인사를 하고 있다”며 “심지어 고위 법관출신 인사들이 등산길에서도 서열 순으로 걷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성적상 판사임용이 가능한 후배들이 이 같은 현실을 비관해 검찰을 지원하는 등 현 서열제는 신라시대의 골품제나 인도의 카스트제에 비견될 정도”라고 비판했다.
정 판사는 “적어도 2∼3년에 한번씩 전체 시험을 봐 서열변동의 융통성을 부여하는 등 ‘공정한 게임’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수십년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그나마 임관성적 위주의 인사배치가 가장 잡음이 적었다”며 “기회균등 원칙에 보다 부합하는 인사제도를 계속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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