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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테마 10제] (5)글로벌 에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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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테마 10제] (5)글로벌 에티켓

입력
2002.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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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상대성은 인정합니다. 그래도 한국의 공공질서 수준은 다소 실망스럽네요….’ 올 초 미국 시애틀에서 사귄 한국인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미국인 데이비드(36ㆍ사업)씨. 그에게 비친 ‘코리아’는 결코 유쾌하지 않다.그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대학로를 가기 위해 서울 지하철 4호선을 탔다가 혼쭐이 났다. 지하철안에서 핸드폰 소리가 잇따라 울리는 가 하면 다른 사람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큰소리로 통화하는 모습을 보곤 눈을 감아버렸다.

이뿐이 아니었다. 꼬마아이들이 신발을 신은 채 좌석에 올라서서 ‘하나, 둘, 셋’ 소리치며 뛰어내려도 그들 부모의 제지는 없었다.

그는 지하철에서 내린 후에도 인상을 찌푸려야 했다. 담배를 피면서 걷는 사람들이 줄을 이으면서 연기와 재가 그에게 날아왔기 때문.

식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종업원이 젖은 수건으로 식탁을 닦고는 물기가 가시지 않은 식탁 위에 수저 등을 놓는 가 하면 화장실 바닥에는 물이 흥건해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에티켓 월드컵의 승패는

불과 48일 앞으로 다가 온 한일 공동월드컵. 수많은 지구촌 사람들이 몰려온다. 이들중 상당수는 일본도 함께 찾는다.

이들에게 한국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설까. 친절과 청결이 몸에 밴 일본과의 ‘에티켓 월드컵’에서는 어느쪽이 승자가 될 수 있을까.

데이비드씨에게 비친 코리아는 부정적인 결과를 예고한다. 월드컵을 앞두고 민과 관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글로벌 에티켓의 수준은 여전히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외국인들은 눈이 마주쳤을 때 먼저 인사를 해도 별 반응이 없는 한국인의 무뚝뚝한 표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외국어를 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없진 않지만 상황에 따라 목례 정도만 해도 분위기를 훨씬 부드러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급함도 문제. 차가 조그만 막혀도 곳곳에서 경적을 울려대고 끼어들기를 일삼지만 교통 흐름이 좋아지면 손님이 불안할 정도의 속력을 내는 것이 우리 교통문화의 현주소다.

참다 못한 부산 교통문화 시민연합은 다른 교통관련 단체들과 함께 상대방을 배려하는 ‘베푸는 운전을 실천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자기중심사고 버려야

버스터미널, 지하철역, 공연장 등에서의 무질서도 외국인들에게는 짜증스러운 장면이다. 한국에서 6년째 살고 있는 캐나다인 앤드류 캐롤(32)씨는 “한국 사람들은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중심적 성향이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 서로 밀치고 ▦거리에 함부로 담배꽁초와 휴지를 버리고 침을 뱉으며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운전하는 것 등을 고쳐야 할 점으로 꼽았다.

그는 ▦금연구역에서 담배 피지 않기 ▦바르고 고운말 쓰기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 사용 매너 지키기 등도 제대로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외국인에 대해 택시나 음식 값을 바가지 씌우는 ‘관행’도 부끄러운 우리들의 단면이다.

이런 가운데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을 따라 줄지어 있는 포장마차촌 ‘바다마을’은 음식값을 통일해 정찰제로 판매하고 한국어를 포함해 영어ㆍ일어ㆍ중국어 등 4개 국어로 된 똑 같은 규격의 가격표를 걸어놓아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생활 4년째인 미국인 엘리 혼(32)씨는 “월드컵 등 국제 행사가 있을 때 만 글로벌 에티켓 지키기 운동을 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캠페인으로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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