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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국의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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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국의 위선

입력
2002.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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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학살’(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의 표현)과 무고한 이스라엘 민간인의 죽음이 17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체면이 영 말이 아니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서 “즉각 철수하라”라고 여러 차례 촉구했건만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은 압력을 가하지 말라”며 큰소리로 받았다.

벤야민 네탄야후 전 이스라엘 총리도 미 상원의원들에게 당당한 어조로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원칙을(이ㆍ팔 분쟁의 경우) 선별적으로 포기해 궁극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에서 패배하려는 것인가?”고 따져 물었다.

미국으로서는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에 얼마나 잘해줘 왔는지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샌프란시스코대 평화ㆍ정의연구소장 스티븐 준즈(정치학부) 교수가 작년 6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49년부터 97년까지 미국은 이스라엘에 총 848억 5,000여만 달러를 지원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대외 원조 총액의 3분의 1에 가깝다. 580만 이스라엘 국민 1인당으로 치면 1만 4,630달러씩으로 미 정부가 미국 시민에게 제공해 온 연방보조금보다 많은 액수다.

2002 회계연도에도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ㆍ경제원조 27억 6,000만 달러(약 3조 6,763억 원)가 잡혀 있다.

서유럽에 버금가는 생활 수준이나 세계 3~4위를 다투는 군사력은 물론, 이스라엘의 생존 자체가 미국의 후원을 제외하면 설명이 불가능해진다. 미국의 원조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을 누비는 탱크와 전투기, 하다 못해 팔레스타인 지역 내 이스라엘 정착촌의 보도 블럭을 교체하는 데도 들어간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군사작전을 중단하라는 미국의 발언은 공허하게 들린다.

반미주의자로 꼽히는 노엄 촘스키 MIT 교수의 지적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 공허는 위선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광일 국제부차장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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