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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 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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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 사월

입력
2002.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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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재무

몸이 아프다, 4월이 오면.

하늘 향해 봉긋 솟아오른, 우유빛 젖통

흔들어대는 저 도화살 도진 봄꽃 보아라

방자한 웃음 홍조 환한 얼굴이여

덩달아 나도 달아올라서 들숨날숨이

바쁘고 몰래 숨겨둔 사랑 하나 갖고 싶어라

몸이 고프다, 4월이 오면.

나는 국가와 이웃, 형제와 자식도 잊고

풀어야 할 당장의 숙제도 잊고 애비에미

모르는 시간의 후레아들이 되고 싶어라

대책없이 세월의 낭비를 살아

큰 죄 하나 낳고 싶어라 용서 못할

죄로 여생을 끙끙 앓고 싶어라

그러나 하느님만은 혀 끌끌 차시다가

마침내는 그럴 법도 있다고 고개 인색하게

끄덕이시는 그런 불경 저지르고 싶어라

4월은 두려운 달. 살 벗어난 피들

불 지펴 온나라 산천이 탄다

내 몸 가지에 수액 차오르고 발바닥 뜨거워진다

■시인의 말

4월은 나로 하여금 제도적 일상의 울타리를 벗어나라고 가출 충동을 부채질한다. 모든 유용과 효용의 가치로부터 도망가자고 꽃들이 꼬드긴다.

그러나 나는 끝내 울타리를 벗어나는 현실을 살지 못할 것이다.

●약력

▦ 1958년 충남 부여 출생ㆍ한남대 국문과 졸업

▦ 1983년 ‘삶의 문학’으로 등단

▦ 시집 ‘섣달그믐’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벌초’ ‘몸에 피는 꽃’ ‘시간의 그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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