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당직 변호사제도 겉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당직 변호사제도 겉돈다

입력
2002.04.15 00:00
0 0

최근 서울 S경찰서에 구금됐던 임모(45)씨는 당직 변호사와 무료법률상담을 한 얘기를 하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국선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 물었더니 ‘알아보라’는 무성의한 답변 뿐이었어요.” 임씨는 또 “100만~300만원이면 당직 변호사를 정식으로 선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는데, 수임료가 너무 싼 때문인지 자기가 사건을 맡을 수 있다는 말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 변호사 있으나 마나

지방변호사회가 운영하는 ‘경찰서 순회당직 접견제도’가 시행 1년이 돼 가지만 홍보 부족과 변호사들의 무성의로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경우 지난해 5월부터 봉사활동 취지로 매일 변호사 1명이 돌아가며 시내 경찰서를 방문, 법률상담을 하고 피의자가 원할 경우 최소한의 수임료로 사건을 맡도록 하고 있다.

이들 당직 변호사들이 지난 1년 동안 접견한 1,000여건 가운데 직접 사건을 맡은 것은 고작 20여건. 서울지변은 당초 선임료를 100만원으로 정했지만 수임율이 극히 저조하자 지난해 9월 상한선을 300만원으로 올리는 고육책을 쓰기도 했지만 변호사들의 기피현상은 마찬가지다.

한 변호사는 “품은 똑같이 드는데 기왕이면 수임료가 높은 사건을 맡으려 드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순회당직 변호사들이 사건을 맡는다는 사실 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심지어 한 일선 경찰 관계자는 “변호사들이 넘쳐나면서 경찰서에까지 세일즈하러 나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 무료상담도 유명무실

법률상담도 10~20분 정도로 의례적인 데다, 내용도 부실하다는 소문이 나 피의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2일 송파경찰서 순회에선 구금자 8명중 2명만 신청해 각각 15분 정도 상담을 받았고, 11일 남대문경찰서 차례때도 10명중 2명에 불과했다. 한 피의자는 “아는 것은 확실하게 대답하고, 안 한 일은 끝까지 안했다고 대답하라”라는 상식적인 얘기만 들었다고 냉소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건을 맡지 않은 상태에서 건성으로 해주는 얘기가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유치장에 있는 전과범들이 해주는 얘기가 차라리 더 낫다는 말도 나온다”고 꼬집었다.

이영란(李榮蘭)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수사단계에서부터 변호사들이 법률적 조언을 해주는 취지 자체는 좋지만, 변호사들의 의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며 “변호사의 공익적 역할에 대한 윤리의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