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에 노인이 없다?’‘노인들의 천국’이었던 탑골공원(사적 354호)이 최근 재개장하며 완전히 달라졌다.
노인들이 북적대던 풍경은 간 곳이 없고 회사원의 산책로나 연인의 데이트코스, 혹은 국내외 관광객의 견학장소로 자리잡고 있다.
대신 부근의 종묘광장공원이 ‘제2의 탑골공원’이 됐다.
봄 날씨가 화창했던 14일 오후1시 탑골공원. “공원이용을 1시간이내로 제한한다”는 경찰서장의 권고문이 입구에 걸려있다.
이용시간을 제한해서인지 공원 안에는 몇몇 노인들만이 앉아 담소하고 있을 뿐 썰렁한 느낌이 들었다.
탑골공원 10년 단골인 김모(76ㆍ서대문구 홍제동)씨의 말.
“여기서 하루종일 있을 수가 없게 됐잖아. 주로 종묘공원에 있다가 점심식사 후 소화도 시킬 겸 오지. 공원은 깨끗해진 것 같은데 예전처럼 정감이나 운치는 없어.”
새로운 탑골공원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1,000명 안팎.
4,000여명 노인들의 사랑방이었던 예전에 비하면 매우 쓸쓸한 모습이다.
노인들은 시간제한(오전9시~오후6시)때문에 길어야 2시간 정도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원관계자는 “이용시간을 제한했지만 사실상 강제하지는 않고 있다”며 “대신 잡상인들의 출입은 엄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탑골공원 공사가 시작됐던 지난해부터 종로3가 종묘광장공원은 새로운 노인들의 쉼터가 됐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벤치마다 지팡이를 든 노인들이 앉아 있고 빈자리가 나면 자리다툼을 벌이는 모습이 옛 탑골공원의 정취를 재현하는 것 같다.
장기판 구경꾼들의 소란한 훈수와 색소폰 연주가 멋들어진 노인들의 장기자랑, 경륜을 담아 펼치는 열띤 정치토론 등으로 그려지는 공원풍경이 영락없이 탑골공원이다.
이곳에는 하루 4,000~5,000명의 사람들이 모이고 있으며 이중 80~90%가량이 60대 이상 노인들이다.
종묘광장공원에서 만난 최모(69)씨는 “탑골공원만은 못해도 친구들이 함께 모일 수 있어 좋아.
그래도 옛 생각에 하루에 한두번은 탑골공원을 갔다 오곤 하지”라고 말했다.
탑골공원은 여전히 노인들엔 마음속의 친정집처럼 사랑받고 있는 듯했다.
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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