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지음ㆍ김은령 옮김
에코리브르 발행ㆍ1만5,000원
반갑다. 그리고 섬뜩하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중 한 사람, 미국의 생태학자 레이첼 카슨(1907~1964ㆍ사진)의 명저 ‘침묵의 봄’이 다시 나왔다.
1962년 발간된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두 세 종이 소개됐지만 절판됐던 것이 정식으로 저작권 계약을 맺고 출간됐다.
‘침묵의 봄’은 20세기 환경운동의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저작으로 꼽힌다.
이 책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살포된 살충제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치밀하게 분석한 것이다.
파괴되는 야생 생물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공개함으로써 카슨은 환경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중적 인식을 이끌어냈다.
들판에 뿌려지는 유독성 화학물질과 미국 야생 생태계의 광범위한 파괴에 관한 것이지만, 유독물질에 한정되는 책은 아니다.
‘침묵의 봄’은 자연 생태에 관한 책이며, 환경과 동식물의 관계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출판을 저지하려는 화학업계의 거센 방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정부의 정책 변화와 현대적인 환경운동을 가속화시켰다.
63년 케네디 대통령이 환경문제를 다루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69년 미국 의회는 국가환경정책법안을 통과시켰다.
‘침묵의 봄’은 환경 파괴의 위험을 경고한 저서지만 소설처럼 극적이다.
“낯선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이런 상황에 놀란 마을 사람들은 자취를 감춘 새에 관해 이야기했다. 새들이 모이를 쪼아먹던 뒷마당은 버림받은 듯 쓸쓸했다. 죽은 듯 고요한 봄이 온 것이다.”.
죽음의 공간으로 바뀐 작은 마을에 관한 우화로 시작되는 책은 ‘우리 모두가 참아야 하는 의무’에 대해 얘기한다.
농약과 살충제와 제초제를 어쩔 수 없이 남용해야 하는 상황이 그것이다.
카슨은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살충제의 위험성을 짚고,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물이 모르는 새 오염돼 서서히 죽어가는 현실을 고발한다.
살충제가 인체의 변이와 발암의 원인이 된다는 카슨의 분석은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등골이 서늘하다.
이 파국의 고속도로에서 벗어나기 위해 카슨은 “모든 생물과 공유하는”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침묵의 봄’은 40여 년 전 환경 오염의 재앙을 경고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동안 어떻게 변했는가? 우리 모두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
이런 까닭에 카슨의 책은 20세기의 고전이면서도, 21세기에 여전히 유효한 신간이 된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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