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와 칼날의 합성어인 ‘탑 블레이드’. SBS와 일본 테레비 도쿄가 기획하고, 장난감업체인 손오공의 자회사인 서울애니메이션 등 국내 3개 업체, 매드 하우스 등 일본 2개 업체가 합작으로 만든 60억원 규모의 애니메이션이다.일본에서는 ‘베이 블레이드’로 이미 방영했고, 우리나라에서는 SBS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9일까지 방영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만화에 나오는 하이테크 팽이인 탑 블레이드는 일본에서는 2,000만개, 한국에서도 170백만개 이상이 팔리며 ‘디지몬’ 인기를 위협하고 있다.
‘탑 블레이드’는 정의감이 강한 소년 강민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카이와 중국 소년 레이, 한국인과 미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맥스 등과 대결을 벌인다는 이야기.
주인공 캐릭터도 인기지만 아이들이 가장 집착하는 것은 무기이자 장난감인 탑 블레이드이다.
나무로 깎아 만든 팽이를 갖고 놀았던 세대들에게 탑 블레이드는 격세지감의 상징이다.
플라스틱 사이에 든 날이 다소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도대체 팽이 하나가 만원에 가깝다는 사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톱니가 달린 막대를 팽이에 끼워 빠르게 빼내면 그 힘으로 날카롭게 돌아가는 탑 블레이드의 움직임은 공포스럽다.
‘코 묻은 돈’을 벌기 위해 두 나라의 방송과 장난감 메이커가 합작했다는 사실, 무엇보다 가장 단순하고 순박한 장난감이었던 팽이가 무기화하는 것도 찜찜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른의 생각일 뿐. 조립하기에 따라 변형이 가능하고, 공들인 만큼 기술이 늘어가는 것이 눈에 보이는 탑 블레이드는 아이들을 흥분시킨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은 참 싸움을 좋아한다. 추억을 간직하고픈 것이 어른들의 욕구라면, 더 강력한 무기로 더 많이 이기고 싶은 것이 아이들의 잠재적 욕구이다.
놀이와 싸움이라는 두 강렬한 욕망의 결합이 바로 탑 블레이드 열풍의 근원인 셈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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