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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벨소리 들으면 유행이 보인다

입력
2002.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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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뭬이야?’ 지하철에서 난데 없이 SBS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경빈이 내뱉던 외마디 소리가 들인다.깜짝 놀라 돌아보니 누군가의 휴대폰 벨소리다. “뭐야”하며 웃는 사람 반, “벌써 여러 번 들었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 반이다.

그런가 하면 요즘 ‘비겁하다 욕하지마’ 라는 캔의 노래 ‘내 생애 봄날은 간다’도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를 통해 들을 수 있다.

벨소리 서비스 업체 ㈜5425에 의하면 ‘내 생에 봄날은 간다’는 20만번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보통 업체당 5,000회 이상이면 대박이라고 하는 것에 비추어 보면 대박 중의 대박이다.

휴대폰 벨소리에 유행이 들어있다.

휴대폰 벨소리가 대중의 기호를 가장 빨리, 가장 광범위하게 보여주는 통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16화음 단말기의 등장 이후 적어도 유행에 민감한 10~20대들 사이에서는 휴대폰 벨소리를 최신 유행음악이나 소리로 하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미 휴대폰 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어섰고, 업계에서는 올해 휴대폰 벨소리 시장규모가 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번 다운로드 받는데 인터넷은 곡당 250~350원, ARS는 30초당 50원 정도인 것을 계산하면 엄청난 숫자가 정기적으로 휴대폰 벨소리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5425 관계자는 “벨소리를 다운 받는 사람들은 보통 많으면 일주일에 한 번, 적게는 보름에 한 번 꼴로 벨소리를 바꾼다”고 말한다.

벨소리에도 인기 차트가 있다.

각 통신업체나 벨소리 서비스업체가 다운로드 횟수로 순위를 매기는데, 미국의 음악차트를 빗대 ‘벨보드 차트’로 불린다.

벨보드 차트에는 최신 가요에서 드라마 대사, 유행어, 소음 등 다양한 장르가 올라 있다.

최신 유행이 벨소리 시장에 등장하는 데는 2, 3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벨소리 아티스트들이 인기가 있을 것 같다 싶으면 바로 벨소리로 만들어 버린다.

40여 개에 달하는 휴대폰 벨소리 서비스업체, 150여명의 벨소리 아티스트들이 하루에 만들어내는 벨소리만 400여개를 넘는다.

때문에 가요계에서는 “벨소리 다운 로드 횟수가 많으면 그 음반은 대박이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

㈜야호커뮤니케이션 뮤직팀 김홍석 팀장도 “벨소리와 음반의 주소비자 층이 일치하기 때문에 벨소리 인기도와 음반판매는 거의 일치한다”고 말한다.

다날(www.m1004.com), 텔레후드(www.telehood.co.kr) 클릭벨(www.clickbell.com) 등의 벨소리 차트에서 요즘 가장 인기 벨소리는 크게 네 가지.

먼저 ‘여우와 솜사탕’ ‘겨울연가’ ‘명랑소녀 성공기’ 등 드라마 주제곡, KBS2 ‘개그 콘서트’ 의 ‘승순이 러브 송’과 ‘꽃봉오리 예술단’의 노래, MBC ‘뽀뽀뽀’의 트로트 버전과 애니메이션 ‘둘리’ 주제가의 엽기 버전 등 코믹 송, 그리고 코요태의 신곡 ‘비몽’과 JTL의 ‘어 베터 데이’ 쿨의 ‘아로하’ 등 최신 가요로 나눠진다.

여기에 TV 만화 ‘날아라 슈퍼 보드’의 주인공 저팔계 버전의 ‘바쁘셔’와 김대중 대통령 버전의 ‘전화 받으랑께’ 등 목소리 벨도 인기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것이 다 모여있는 셈이다.

장르를 막론하고 이 같은 인기 벨소리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번째 는 ‘튄다’는 것.

불과 10초 정도에 내 전화가 왔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하는 만큼 귀에 빨리 ‘꽂혀야’ 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남과 다른 것을 좋아하고, 나만 좋으면 괜찮다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특이한 벨소리가 다른 사람 귀에 들리면 겸연쩍을 법도 하지만, 요즘은 도리어 그것이 개성인 시대다.

엽기적인 벨소리가 인기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요즘 신세대들은 익숙한 것을 뒤집고 비트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들이 귀엽게 부른 ‘뽀뽀뽀’를 트로트로 바꾸는 식이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 드라마 음악이 유난히 인기인 것은 가요계가 불황에 시달리면서 예년에 비해 히트곡이 별로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날뮤직 콘텐츠팀의 백승부 팀장은 “용량도 크고 반주와 목소리가 원음에 함께 나오는 40화음 단말기가 빠르게 상용화하면서 벨소리는 단지 전화가 왔다는 신호가 아니라, 소리 감상용으로도 쓰이고 있다.

때문에 대중문화 유행의 척도로서의 휴대폰 벨소리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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