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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 佛 정치인들 책사랑 문화 선진국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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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 佛 정치인들 책사랑 문화 선진국 원동력

입력
2002.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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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문화가 책을 죽이고 있다는 탄식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 자주 듣는다.그런데 프랑스에서는 작년 전체 문화산업에서 서적 매상고가 영화와 음반보다 월등히 높아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인들은 지난 15년에 비해 책을 더 많이 읽는다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이 책에 느끼는 매력, 애착은 21일 대통령 총선거를 앞둔 후보들의 전략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유권자들을 겨냥해서, 몇 달 전부터 서점의 진열대 한 부분은 후보자들을 소개하는 책들로 덮여있다. 이중 상당수가 후보들이 직접 쓴 책들이다.

녹색당 후보 노엘 마메르는 자전 ‘녹색년대’를, 내무장관직을 내놓고 새 당을 창설한 장 피에르 슈베느망은 ‘결심의 용기’를, 극좌파 다니엘 글륙스타인은 ‘편력’을, 프랑스민주동맹당의 프랑수와 바이루는 프랑스인들에게 가장 총애받는 왕의 전기 ‘앙리 4세, 자유로운 왕’을 내놓았다.

공화연합당 우파 후보 자크 시라크의 아내 베르나데트는 남편을 대신해 대통령 부인으로서의 경험을 기록한 ‘대화’를 출판했는데, 이 책은 에세이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출마 발표를 미루어 오던 현 총리 리오넬 조스팽은 지난달 사회당 후보로 나설 것을 ‘대답의 시간’이라는 저서를 통해 공표해 프랑스에서 책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삶과 정치 사상을 소개하고 젊은 시절 트로츠키스트였던 사실을 숨겨 일어난 파문에 대해 해명하며, 좌우동거정부 5년 동안 사회당이 프랑스의 발전에 기여한 점, 미래 대통령으로서의 정치노선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 후보들이 책을 쓰는 이유는 프랑스 역대 대통령이 대단한 문학 애호가들이었으며 저술가였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드골의 2차 세계대전 체험담 ‘희망 회고록’은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고대 그리스어 교수였던 퐁피두는 대통령으로 있을 때 지금도 애송되고 있는 ‘프랑스 시 선집’을 출판했으며, ‘프랑스식 민주주의’ ‘권력과 삶’등 수 많은 저술을 남긴 지스카르 데스탱은 임기 후 ‘통행’이라는 소설을 발표하며 창작력을 과시했다.

미테랑은 여러 정치서를 썼고 그의 문학 상식 깊이는 유명하다.

독일 정치인들이 자신을 음악과 연결시키기를 좋아한다면 프랑스 지도자들은 책을 중요시한다. 책 문화가 발전하려면 책이 존중받는 이런 풍토가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

/ 조혜영 재불번역가ㆍ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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