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노 도모유키(37)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고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했으며, 멕시코에서 유학했다.2000년 미시마유키오상 수상작인 장편소설 ‘깨어나라고 인어는 노래한다’(문학과지성사 발행)는 그의 정체성과 맞물린 작품이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난 일본인이다. 소설 제목의 인어는 반은 사람이고 반은 물고기인 가상 생물이다.
소설에서 공간은 일본에서 미국 텍사스로, 남미 페루로 옮겨지고 시간조차 현재 시제와 과거 시제가 뒤섞여 버린다.
도모유키의 소설은 작가 자신처럼 ‘이종 교배의 실험장’이다.
남편 미쓰오(蜜夫)와 헤어지고 아들 미쓰오(蜜生)과 함께 사는 도코의 집에 페루계 일본인 히요와 그의 애인 아나가 찾아왔다.
히요는 폭력 사건에 휘말려들어 사람을 다치게 하고, 아나와 도망다니는 신세다.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은신처로 도코네 집을 소개받아 온 두 사람과 모자는 ‘가짜 가족 놀이’를 시작한다.
‘의사(擬似) 가족’은 한 지붕 아래서 지내면서 요리를 만들고 파티를 벌인다. 어느날 히요와 아나가 홀연히 외딴집을 떠나버리면서 소설도 끝난다.
도모유키의 작품이 무엇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낯선 일본어의 구사 때문이었다.
“미쓰오(蜜夫)를 빼박은 눈. 하지만 도코에게 초점을 맞추는 법은 결코 없다. 도코만이 아니라 그 누구와도 초점이 맞는 일은 없다.”
문장의 주어가 3인칭 ‘도코’였던 것이 다음에는 1인칭 ‘나’로 바뀌어 버린다.
“그때 난 자신을 벌하고 싶었을 뿐인데 뭔가 잘못되어 내 몸이 아니라 집에 불을 붙이고 있었어. 당신이 만취한 채 생물표본처럼 집 한구석에 드러누워 있는 건 어린아이와 같은 내가 당신을 너무 힘들게 한 탓이라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를 벌하고 싶어서 성냥을 그었는데, 그 불은 커튼에 붙어버렸지.”
한 문단 안에서조차 1인칭과 3인칭이 수시로 뒤엉키고, 문장은 친절하게 서술되기보다는 꿈을 꾸듯 흘러간다. 쉽게 읽히지 않는다.
작가는 이 난해한 장치를 날실로 삼고, 비극적인 인간상을 교묘하게 씨실로 겹쳐 짠다.
사람들은 가짜 가족놀이를 벌이는 것으로 생활을 흉내낸다. 놀이는 불안하고 위태롭다.
그 아래에는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깔려 있다.
이런 인간의 모습은 자폐적인 현대인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깨어나라고 인어는 노래한다.
그러나 깨어나는 순간 꿈 속의 인어는 사라진다. 환상에도, 현실에도 완전히 속할 수 없어 인간은 ‘가짜 현실’을 만들어낸다.
미시마유키오상을 심사한 한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로지 일본어의 변조에 노력하고 있다. 과연 그가 교묘하게 만든 변조 일본어는 사회에서 유통될 수 있을까? 그건 과연 실로 위험한 도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처음으로 소개되는 그의 작품은 한국에서 온전하게 유통될 수 있을까.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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