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북메세’(지하철 책 열차)가 서울 지하철 4호선에서 4일부터 운행되고 있습니다.열차에 책 3,300여권을 꽂아두고 승객이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출판계는 8월31일까지 운행되는 이 열차가 모처럼 조성된 독서 문화의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좋다는 칭찬도 많이 받았지요.
승객들이 실제로 열차 안에서 책을 꺼내 읽는 지 궁금해 화요일 오전 4호선 지하철을 한번 타보았습니다.
잠이 부족했는지 졸고있는 승객이 더 많았습니다만, 그런 가운데서도 일부는 책을 열심히 읽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의아한 것이 발견됐습니다. 짐칸 아래 별도로 만든 서가에 책이 절반 정도 밖에 차 있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래도 서가에는 책이 빽빽이 꽂혀 있었을텐데 싶어 확인해 보았더니 원래는 빈틈이 없을 정도로 가득했다고 합니다.
빈 공간만큼 승객들이 가져갔다는 이야기입니다.
메트로 북메세를 운영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는 10일 저녁 1,000여권만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하고 다음날 책 1,000여권을 급히 채워넣었습니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크게 줄어든 것입니다.
없어진 책 가운데는 특히 컴퓨터, 과학 분야의 2만~3만원짜리 고가 책이 많다고 합니다.
책에는 차 안에서만 읽고 가져가지 말라는 안내 글까지 써 있습니다.
출판문화협회는 책 일부가 분실 또는 유출되더라도 4월말까지 70~80%는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고 씁쓸해 합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에서는 책에 끈을 달아 가져가지 못하게 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만, 자유롭게 책을 꺼내 읽도록 한다는 원래 취지와 어긋나기 때문에 그렇게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제 돈을 주지 않고 가져갔다면 도둑이지요.
열차 안에 비치된 책도 엄연히 공공의 재산이기 때문에 가져간 것은 잘못입니다. 출판계가 모처럼 준비한 좋은 기획이 처음부터 비틀거려 아쉽기만 합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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