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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론] 세계화 갈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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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론] 세계화 갈길 멀었다

입력
2002.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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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 경제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세계화는 1970년대 중반에 시작된 서구 선진국의 경제개혁에서 출발한다.미국 등 서구 선진국은 70년대에 들어 본격화한 일본과 한국 등 신흥공업국의 수출공세를 못 이기고 경제가 구조적 침체에 빠짐에 따라 대대적 구조개혁에 나섰다.

우선 제조업의 경쟁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생산비가 높은 자국 생산을 축소하고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외국 파트너에게 생산을 위탁하는, 제조업부문의 세계화를 시작했다.

또 대공황의 재발을 우려하여 금융산업의 업무 영역을 엄격히 구분하고 금융자금의 흐름을 국가에서 통제하였으나 이를 대폭 완화해 자유로운 투자활동이 이뤄지게 했다.

이로 인해 한편으로는 해외의 유망한 투자대상을 찾아 나서는 금융 국제화가 추진됐고, 다른 한편으로는 벤처자본과 같은 고수익ㆍ고위험 영역으로의 진출을 허용했다.

과학기술 목표도 전환했다. 공급이 수요를 창조한다는 종래의 공급주도 방식에서 벗어나 개발된 기술의 상업화 가능성을 탐색하면서 수요에 부합되는 연구개발에 우선 순위를 두었다.

80년대까지 이어진 이러한 구조개혁 노력은 90년대에 들어와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 혁명으로 전세계 시장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게 되고, 공산주의 붕괴로 거대 시장과 생산기지를 함께 제공할 수 있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세계화는 날개를 달게 되었다.

미국 등에서 추진하던 경제구조 변혁은 자국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이른바 글로벌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글로벌 기준으로 확산된 것은 이러한 기술혁신이 세계로 확대되는 시장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구조이었기 때문이다.

기술혁신은 본질적으로 위험 덩어리다. 목표한 기술을 실험실에서 성공리에 개발할 수 있을지, 또 개발한 기술이 상품화되어 시장에서 잘 팔릴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기업이 이러한 위험을 감내하기 위해서는 실패로 인해 자금을 날리더라도 견딜 수 있는 투자자, 또는 이들의 조합으로 구성돼야 한다.

고정금리로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차입형 경영구조로는 이러한 위험을 감당할 수 없다.

한국이나 일본과 같이 차입형 자금조달 비중이 높은 경제구조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의미한다.

세계화로 인해 다국적 자본이 투자 적지를 찾아 어디로든 옮겨 다닐 수 있고 혁신적 경쟁제품의 출현으로 시장을 하루 아침에 상실할 수도 있다.

기존 기업의 퇴출과 새로운 기업의 창업이 일반화하는 산업환경에서는 인적자원의 공급이 국가의 주요한 임무가 된다.

기업의 영속성이 높을 때 기업은 내부적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도록 인력을 양성할 수 있었으나 내일을 기약하기 어려운 여건에서는 기업이 인력양성의 부담을 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외부에서 공급하는 인적자원의 수준에 따라 기업활동의 수준이 결정될 수 밖에 없다.

졸업장으로 평가되는 ‘형식적 부실교육’은 기업으로 하여금 고부가가치 활동에 대한 투자를 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꼴이 된다.

우리 경제를 구성하던 기존의 시스템이 해체되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새로운 체제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나아갈 방향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분적 집단 이기주의가 전체 사회구성원에 의해 견제되어야 한다.

의약분업 사태나 발전노조의 파업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기존 이익만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팽배하다.

IMF 위기는 경제구조의 개혁이라는 고갯길을 넘어 가려던 한국경제가 잠시 신발이 벗겨져 고통을 겪었던 것과 같다.

신발을 겨우 되찾았다고 고갯마루를 넘어 섰다고 착각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주훈 KDI 장기비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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