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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南美의 가난한 민중에 축구는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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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南美의 가난한 민중에 축구는 희망이었다

입력
2002.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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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 장편'축구전쟁'“왜 축구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소설가 김별아(33)씨는 말한다.

“나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신 경기장에 가 축구를 직접 즐겨보라고 말할 것이다.”

장편 ‘축구전쟁’(웅진닷컴 발행)은 축구를 좋아하는 김씨가 월드컵을 축하하고 기념하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한 소설이었다.

1969년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간의 월드컵 예선전 도중에 발발한 ‘축구전쟁’을 모티프로 삼은 것이다.

축구는 “속임수를 쓰는 손이 아닌, 정직한 발만으로 하는 스포츠”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69년 온두라스의 가난한 국민들에게 축구는 잠시나마 인생의 고통을 잊고 황홀경에 빠질 수 있는 아편과도 같다.

젊은 사람들에게 축구는 삶의 희망이다. 주인공 뻬뻬도 그랬다.

뻬뻬는 지역축구단의 영웅인 형 알폰소처럼, 민중들의 희망인 축구 황제 펠레처럼 위대한 축구선수가 되기를 꿈꿨다.

‘축구전쟁’은 열세 살 소년 뻬뻬의 성장 기록이다. 자신의 우상이었던 형은 장난 같은 축구 도박에 휘말려 어처구니없이 죽어버린다.

짝사랑했던 여인 이사벨이 뒷골목의 창녀로 전락하는 것을 목도해야 한다. 성장통을 겪으면서 뻬뻬는 자라난다.

소년이 아픔을 달래는 것은 ‘국민 운동’ 축구를 통해서다.

한 소년의 이야기 뒤에는 비참한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가 있다. 축구는 라틴 아메리카 민중들이 정복자인 유럽 사람들을 유일하게 이길 수 있는 수단이었다.

가난한 ‘데스까미사도스(descamisadosㆍ셔츠를 입지 못한 가난뱅이)’들에게는 안락하고 부유한 생활을 약속하는 것이기도 했다.

신(神)처럼 믿었던 축구 때문에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는 광기에 휩싸여 2주간의 ‘축구전쟁’을 치렀다.

월드컵 예선전에서 양국의 응원단이 난투극을 벌이다 온두라스 사람들이 만신창이가 된 것이 전쟁의 도화선이었다.

땀 흘려 맨땅을 뛰어다니면서 소년 뻬뻬는 인생의 비밀 하나를 배운다.

“숱한 좌절의 역사 속에서도 여전히 그들이 묘연한 활기에 들뜰 수 있는 것은, 더욱더 단순하게 분명해지는 욕망 때문이다. 위선의 거품을 걷어낸 부의 욕망, 성공의 욕망, 그들은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뻬뻬는 충일된 몸과 마음으로 찬미하고자 한다. 기꺼이 받아들이고자 한다. 사랑과 고통, 그리고 생의 의미를.”

둥근 공 하나에는 이렇게 커다란 의미가 담겨 있다.

김지영기자

kim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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