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영혼니콜라스 J. 손더슨 지음ㆍ강미경 옮김
도서출판 창해 발행ㆍ2만5,000원.
1386년 프랑스 팔레즈에서는 유아를 살해했다는 죄명으로 암퇘지가 공개처형됐다. 그 시기 다른 동물들도 아이들을 공격, 살해한 혐의로 가끔 재판을 받았다.
피소된 동물을 위한 변호인단이 구성됐고 선임료는 공적 비용으로 충당됐다. 종교적 파문도 있었다.
1541년 이탈리아 북부를 황폐화시킨 메뚜기 떼가 파문을 당했다. 이같은 사례는 당시 동물에게도 법적, 종교적 권리와 의무가 부여된 사실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데카르트는 동물을 생각없이 행동하는 자동인형으로 보았다.
인간 고유의 특징인 정신이나 영혼에서 비롯된 행동(예를 들어 말하거나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동물에게 영혼이 있느냐는 질문은 서구적 발상이다. 힌두교 불교 등 동양 종교는 영혼은 절대 죽지 않으며 겉모습만 바뀐 채 거듭 태어난다고 믿는다.
불교 우화 한토막. 한 사제가 제사에 쓰기위해 염소의 목을 따려 해도 염소는 웃고 있다.
이유를 묻자 “지금 죽더라도 개구리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행복하다는 거냐“고 거듭 묻자 염소는 “전생에 제가 사제였다는 게 생각나서 웃고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동물의 영혼’은 고대의 동물숭배 사상과 신화에서부터 원시부족과 유목민족의 신앙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다양한 전승을 바탕으로 개 고양이 돼지 같은 가축은 물론 용 불사조 유니콘 등 상상 속 동물을 비롯한 동물과 인간의 영적 교류 양태를 탐구한 책이다.
종교의식,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의 실체와 거기에 부여한 인간의 상징적 의미를 시대와 지역에 따라 설명, 동물을 매개로 형성된 인간의 문화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저자는 자메이카 서인도대에서 고고학을 가르치고 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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