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의 포기로 고립 50여년 만인 1992년 국제무대에 복귀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럭비 골프에 이어 축구로 서서히 국가위상을 높여가고 있다.줄루어로 ‘바파나 바파나(소년들)’란 애칭으로 불리는 남아공대표팀은 96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우승하고 98년과 2000년에 각각 2,3위를 차지해 그동안 아프리카 축구를 지배했던 카메룬과 나이지리아의 양강체제를 깼다.
지난 5년간 한번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0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을 만큼 꾸준한 성적을 냈으나 최근 감독교체, 잇따른 평가전 패배로 흔들리고 있기도 하다.
▼바틀레트, 놈베테 그리고 포춘
프랑스월드컵서 골을 뽑은 유럽파 숀 바틀레트(30ㆍ찰튼)와 차세대 스타 시야봉가 놈베테(25ㆍ우디네세), 플레이메이커 퀸톤 포춘(25ㆍ맨체스터)을 앞세운 3각편대의 화력은 남아공이 본선 B조에서 다크호스로 지목되는 이유다.
주장 바틀레트는 소속팀에서 출장기회가 적어진 탓에 최근 부진에 빠졌지만 A매치 최다골 주인공답게 큰 경기에 강하다. 투톱의 나머지 한자리는 스피드와 재능을 겸비한 놈베테와 오랜 부상을 털고 예전의 폭발적인 득점력을 재가동한 베니 맥카시(25ㆍ포르투)가 다툰다.
맥카시는 최근 협회의 감독교체를 비난하는 발언을 해 신임감독에게 미운털이 박힌 상태. 2부리그 구단주(FC 포춘) 이기도 한 포춘은 공격가담능력과 경기조율이 뛰어나다.
▼장단점
전형적인 4-4-2 포메이션으로 토털사커를 추구하는 남아공은 버클리와 주마의 측면돌파에 이은 크로스패스가 주득점원이다. 아프리카 특유의 스피드와 개인기, 체력을 앞세워 몰아치는데 능하지만 국제무대 연륜이 짧은 탓에 조직력이 떨어진다.
네이션스컵 8강에서 약체 말리에 져 탈락한 뒤 감독을 교체, 월드컵개막이 코앞에 닥친 가운데서도 주전확정이 늦어지는 것도 악재다.
최근 사우디(0_1) 그루지아(1-4)에 연패해 팀분위기가 극도로 침체돼 있다. 일부서는 지역예선 무패(5승1무)도 강력한 라이벌 짐바브웨의 기권, 기니의 불참 등 운이 작용했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예상성적
스페인 슬로베니아 파라과이와 함께 B조에 편성, 16강 진출로 가는 길이 험난하다. 프랑스월드컵에서도 돌풍이 기대됐지만 2무1패로 패퇴한 원인은 출중한 개인기에 비해 집중력과 조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비진은 어느 정도 안정됐다는 평가지만 미드필드가 유럽, 남미세를 넘어서기에는 취약하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축구는 남아공의 상징
남아공에는 두개의 상징이 있다. 하나는 백인들의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시키고 흑백화합을 일궈낸 민주주의의 상징 넬슨 만델라(84) 전 대통령이고 다른 하나는 흑백 32조각으로 된 공을 차는 축구다. 그리고 그 둘은 같은 길을 가고 있다.
국가대표팀 주장 숀 바틀렛의 결혼식에 참가할 정도로 축구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는 만델라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남아공의 정신적 지도자. 27년을 복역하고도 1994년 대통령에 선출됐을 때 일체의 정치보복을 금해 성인으로까지 추앙받았다.
4,300만명의 인구중 75%에 달하는 흑인과 소수 백인이 유혈 충돌없이 화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만델라의 이 같은 관용의 정신이 자리잡고 있었다. 99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만델라는 아직도 블우어린이 돕기 자선파티부터 해외순방까지 여전히 아프리카 전역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축구는 극빈자층의 70%를 이루고 있는 흑인들에 꿈과 희망을 주고 있다. 백인스포츠 럭비와 크리켓, 골프에 밀렸던 축구는 흑인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새롭게 국기로 떠올랐고 국제무대에 복귀한지 4년 만인 96년 백인 클라이브 바커 감독의 지도 아래 네이션스컵을 제패, 화합의 결실을 맺었다. 남아공은 이후에도 매번 상위에 오르며 운명처럼 아프리카의 축구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범구기자
■소노감독
‘최고의 선수에서 최악의 감독으로.’ 3월 모잠비크 태생의 전임 카를로스 케이로스(포르투갈)감독의 후임으로 임명된 조모 소노(47진)감독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프로축구단 조모 코스모스의 구단주이며 협회 기술위원장을 맡고 있는 소노 감독은 1998년 조국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결승에 진출시켜 이번에도 흔들리는 팀을 다시 일으켜 세울 구세주로 평가 받았으나 오히려 거센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소노 감독은 30년만 늦게 태어났어도 조지 웨아(라이베리아) 같은 아프리카를 대표할 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평가받는 남아공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출신. 검은 왕자라는 애칭을 갖고 있고 미국 뉴욕 코스모스 선수 시절에는 축구황제 펠레와 손발을 맞추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를 발굴하는 안목이 뛰어나고 전술운용도 좋다는 평판과 달리 대표팀은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약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한 뒤 그는 그루지아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이번 결과에 중압감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가 이길게 뻔하기 때문이다”고 말했지만 결과는 1-4의 대패.
언론 마저 등을 돌리면서 선수선발과 관련, 국내선수를 고집해 전임감독을 사실상 사임하게 만들었던 전력까지 비난의 도마위에 올랐다.
“국민들은 우승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싸워 16강에 오르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16강 진출을 믿는다”고 강변하는 소노 감독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국민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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