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제작사 1호 삼화 프로덕션 신현택 대표신현택(申鉉澤ㆍ57) ㈜삼화프로덕션 대표이사는 요즘 독립제작사의 활약과 방송위원회의 지원에 깜짝깜짝 놀란다.
KBS, MBC, SBS 의 주시청시간대 드라마를 대부분 독립제작사가 차지하고 있고, 방송위원회는 2005년까지 방송사의 외주제작비율을 현재 31%에서 40%로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지상파 방송사의 독점체제를 무너뜨릴 대안이 독립제작사임을 실감한다. 그는 이같은 흐름이 일단 고맙다.
198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독립제작사를 차린 지 21년째. ‘남편의 여자’ ‘우리들의 넝쿨’ ‘작별’ ‘목욕탕집 남자들’ ‘사랑해서 미안해’ ‘왕초’ ‘천사의 분노’ 등 수많은 인기 드라마를 제작해오면서도 거대 방송사 앞에서는 은연중 ‘하청업체’ 대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참 많이 변했습니다. 1987년 제가 처음으로 KBS TV 문학관의 ‘저 은하에 내 별이’(연출 임학송)를 드라마를 만들 때만 해도 방송사 눈치를 얼마나 봤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와 방송위원회가 앞장 서서 ‘외주제작 활성화’를 외치고 있으니 놀랄 따름입니다.”
그러나 현실을 조금만 파고 들어가면 아쉽고 부족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독립제작사는 1981년 1개에서 2001년 243개로 늘어났지만, 제작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대표적인 게 방송사의 불공정 계약행위.
“KBS ‘명성황후’ 와 ‘내 사랑 누굴까’를 제작ㆍ방송하는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왜 독립제작사가 만든 작품의 저작권을 방송사가 가지려 합니까? 저작권이 있어야 외국에도 프로그램을 판매해 돈도 벌 것 아닙니까? 계약서에는 방송권만 가진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저작권을 행사하는 지금의 관행은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독립제작사는 영원히 하청업체일 뿐입니다.”
몇몇 후발 독립제작사의 안이한 제작태도도 못마땅하다.
독립제작사 선배로서 그가 합격점을 주는 업체는 김종학프로덕션(SBS ‘유리구두’), JS픽쳐스(SBS ‘피아노’), 이관희프로덕션(MBC ‘위기의 남자’) 등 7~8개 정도.
“방송사가 독립제작사에 작품을 맡기는 것은 자기네가 만든 것보다 월등히 나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인데 대부분의 업체는 이같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가 이들에게 주문하는 것은 과감한 물량투자와 외국시장 공략.
“드라마도 하나의 상품인 이상 연기자와 제작비를 아껴서는 안 됩니다. 200만~300만원 아껴서 흥행에 실패하면 뭐합니까? 그리고 이제는 기획단계부터 중국과 동남아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멜로를 좋아하는 정서도 우리와 비슷하고 안재욱 차인표 이영애 등 한국 배우의 팬까지 생겼으니까.”
이런 면에서 그는 발 빠르다.
내년 상반기에는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그룹 랜드마크 아시아와 공동으로 영화 ‘명성황후’를, 하반기에는 홍콩 장지리 감독을 영입해 한중합작 영화 ‘유전자 전쟁’을 제작한다.
대만 웹다이TV와는 이미 ‘명성황후’ 방송계약을 체결했고, 내년 상반기에는 한중합작 드라마 ‘혼의 나라’를 제작해 MBC TV로 방영한다.
“합작 형태로 중국 시장에 진출해 시장의 30%만 잠식해도 세계적인 독립제작사가 될 수 있습니다. 독립제작사가 언제까지 방송사가 주는 제작비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