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투신사들이 부실펀드에 투자했다 손실을 보게 된 2조8,000억원 규모의 새마을금고 투자금 중 일부에 대해 사실상 손실을 보전해줘 파문이 일고 있다.투신사들은 투자손실에 대한 수익자 부담원칙을 무시한 채 부실펀드의 손실을 회사 고유계정에서 떠안거나 부실펀드를 우량펀드로 교체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들 투신사가 투자자의 손실을 국민혈세로 보전해줬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등 파장이 예상된다.
■ 투신사 도덕적 해이 심각
손실보전 파문의 발단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국투신ㆍ대한투신을 비롯 삼성투신, LG투신, 현대투신등이 총 5조원가량의 새마을금고 수탁액 중 절반이 넘는 2조8,500억원 어치를 부실펀드에 편입하면서 비롯됐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이들 부실펀드중에는 하이닉스반도체, 현대건설 등 현금화가 되지 않는 채권이 다수 편입돼 있다.
이로인해 새마을금고는 올 3월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펀드에 대해 환매를 촉구해왔지만, 투신사는 투자손실의 고객책임을 이유로 버텨오다가 일부는 만기연장을 하는 조건으로, 나머지 부실펀드는 우량펀드로의 교체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원금을 보장해주는 선에서 절충을 보았다.
새마을금고가 맡긴 자금중 올해 만기도래하는 부실펀드규모를 보면 대한투신 8,000억원, 삼성투신 8,000억원, 한국투신 5,500억원, 현대투신 4,000억원, LG투신 3,00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중 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한투신은 부실이 없는 깨끗한 펀드는 만기연장하는 대신, 부실펀드는 고유계정에서 손실을 떠안기로 합의, 향후 부실발생시 국민들의 혈세로 메우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대투관계자는 “새마을금고의 자산을 전액 환매해줄 경우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데다, 정상펀드의 만기를 연장해서 향후 2년간 운용할 경우 수 백억원의 이익을 볼 수 있어 부실펀드에 대해 손실을 떠안았다”고 주장했다.
LG투신도 부실펀드를 전액 미매각으로 손실처리했다. 한투와 삼성투신은 보수율(수탁액기준)을 당초 4.5%에서 3.5%로 1%포인트 인하하거나, 보수액중 일부를 환매자금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 수익자 부담 원칙 어겨
투신사들의 이 같은 처리방식은 과거 현대투신 환매사태이후 실적배당상품은 반드시 투자자 손실 부담원칙을 적용토록 한 은행감독 규정을 어긴 탈법행위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현대투신은 환란이후 25%대의 높은 수익률을 보장했던 대우채권을 무분별하게 편입했다가, 2000년 대우 부도로 고객들의 대규모 환매사태를 겪었다.
특히 금융감독당국도 대규모 환매시 투신사들이 유동성위기를 맞고, 2차례에 걸쳐 8조원 가량을 쏟아 부은 공적자금의 회수에도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 이를 묵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의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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