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기록으로만 전해졌던 윤봉길(尹奉吉) 의사의 마지막 모습과 처형 후 총탄이 미간을 관통한 사진을 보는 순간 충격으로 머리가 텅 비는 것 같았습니다. ”윤 의사 처형 사진을 발굴, 10일 공개한 김광만(金光萬ㆍ47)씨는 일본 방위청 자료실에서 사진을 발견했을 때의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근ㆍ현대사 다큐멘터리 전문 프로덕션 더 채널 대표인 김씨는 안중근(安重根ㆍ1879~1910) 의사에 관한 5부작 다큐 제작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던 중 일본 육군성 문서 ‘만밀대일기(滿密大日記)’에서 우연히 윤 의사 사진을 발견했다.
그는 기록 사본을 윤봉길기념사업회와 학자들에게 보여주며 확인 작업을 거쳤는데, 일부 학자는 사진 설명 필체가 앞의 문서와 다르다는 이유 등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윤 의사의 동생 윤남의(尹南儀ㆍ86)옹 등 유족들은 사진을 보자 마자 단번에 윤 의사임을 확인해줬다.
남의 옹은 “내 형님을 알아보지 못하겠느냐”며 오히려 역정을 냈다고 한다.
김씨는 이번 사진 발굴을 계기로 윤 의사가 1932년 4월29일 상하이(上海) 훙커우(虹口) 공원에 폭탄을 투척, 일본군 사령관 등을 사상시킨 의거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제작에 착수했다.
82년부터 프리랜서 PD로 ‘휴전선 155마일’ ‘그때를 아십니까’ 등 다큐를 만들어온 그는 96년 더 채널을 설립한 후로는 근ㆍ현대사 다큐 제작에 전념해 왔다.
현재 제작중인 안중근 의사 다큐에서는 안 의사의 생애와 죽음은 물론, 일각에서 그의 의거를 왜곡ㆍ폄하 하거나 사익(私益)에 이용한 부끄러운 역사도 파헤칠 계획이다.
김씨는 “일본과 중국, 러시아, 미국 등에는 역사적 사실들을 명백히 밝혀줄 사료들이 무궁무진한데, 우리 학계나 언론은 사료 발굴에 너무 소홀한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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