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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여성, ‘하늘의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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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여성, ‘하늘의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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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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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처녀의 작은 용기는 작은 빗방울이 모여 시냇물이 되고 마침내 강물을 이루듯 남녀평등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내고 말 것입니다.”지난 1994년 서울대 우조교 사건의 변호인단이 제기했던 소장의 일부이다.

그 말대로 성희롱의 천국이던 이 땅에도 성희롱의 방지와 처벌을 위한 거대한 흐름이 이루어졌다.

성희롱의 금지, 성희롱 예방교육의 실시, 직장 내 성희롱 행위자의 징계, 성희롱에 관련된 사규 명문화,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 금지 등을 규정한 ‘남녀고용 평등법’과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역시 성희롱을 처벌하는 조항을 포함하게 되었다.

모두가 그 사건 이후 높아진 사회적 경각심과 의식의 고양에 기인한다.

지난 주는 남녀고용평등 주간이었다. 특히 4월 1일에는 남녀고용평등 대상이 수여됐다.

대상을 받은 한솔교육의 경우 ‘동종 업계 최초로 사내 공모를 통하여 성희롱 예방, 여성 인력 고충처리 및 복지증진을 위한 업무와 노사협의회 운영만을 전담하는 여성 2명을 선발하여 인사팀에 배치ㆍ운영 중’이며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대상 2,450명 전원을 교육시켰고 성희롱 발생 사실도 없다’고 한다.

우수상을 받은 광동제약, 인화원, 대구백화점 등의 기업도 하나같이 성희롱신고센터 또는 고충처리반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도 미진한 부분이 적지 않지만 성희롱이 직장의 자연스런 문화이자 습속으로까지 인정되고 있던 과거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수상 기업의 사례를 보면 고용 기회의 평등 보장의 측면에서 신입사원 채용시 여성면접관 제도의 도입, 여직원 회의체 운영, 여성근로자 승진 심사시 여성위원 참여, 산전ㆍ산후 휴가, 유산의 경우 출산휴가 적용, 여성전용 휴게시설 운영, 육아휴직제도, 직장보육시설 설치, 여성 근로자 교육ㆍ훈련 보장 등의 노력이 돋보였다.

일반 기업의 실태에 비추어보면 많은 부분이 꿈같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희망을 갖는다.

2000년 현재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51%가 10년 뒤인 2010년에는 58%로까지 증가할 것으로 한국노동연구원은 전망하고 있다.

과거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훨씬 나아졌지만 OECD 선진국의 최고 70%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하늘의 절반’인 여성 인력이 사장되고 있는 것이다.

남녀의 진정한 평등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고용 평등을 위한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직장 내에 성희롱이 만연하고, 모성에 대한 보호가 이루어지지 못하며, 고용과 승진의 기회가 보장되지 못한다면 평등은 헛된 구호가 되고 말 것이다.

최근 어느 도지사가 집무실에서 민원차 방문한 여성단체장을 성희롱 해 말썽을 빚었다.

또 얼마 전에는 서울의 1급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종업원 가운데 상당수가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함으로써 아직 법과 현실이 크게 괴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최초의 여성 경찰서장이 임명되었다고 화제가 되고, 최초의 여성 장군이 탄생하였다고 축하를 받고, 육사와 공사를 졸업한 여성 생도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러한 뉴스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아직 남녀차별 사회라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어떤 무속인이 이번 대선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올 것이라고 말해 화제가 되었다.

대부분 국민이 반신반의했지만 세계적으로 여성이 대통령이나 총리인 나라는 이미 흔해서 더 이상 화제가 되지 못한다.

전체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3%인 9명의 여성 의원을 가진 우리나라는 세계 107개국 가운데 94위에 해당해 차라리 ‘남녀평등 야만국’에 속한다.

‘남녀고용평등 주간’을 보내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에서 여성 대통령이 출현하는 일은 언제까지 허황된 꿈이기만 할까?

박원순·참여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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