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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인물들 스크린서 되살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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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인물들 스크린서 되살아 난다

입력
2002.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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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최배달 선생이라는 분이 계셨다…” ‘넘버 3’(송능한 감독)에서 청부폭력배인 송강호는 여관방에서 합숙을 하는 졸개들에게 협객에 대해 강의한다.이 때 인용된 것이 바로 최배달. 당시에는 대부분 그 이름을 흘려 들었지만 이제 자주 듣게 될 이름이다.

근현대사의 인물들이 살아나고 있다.

정지영, 양윤호, 김태균 감독 등이 싸이더스, 명필름 등 기획력이 강한 영화사들과 준비하고 있는 야심작은 김산 최배달 역도산 시라소니 등 우리 근대사의 드라마틱한 인물을 다룬 영화이다.

모두 제작비 50억원 내외로 중국, 일본 등 대대적인 로케이션이 예정돼 있다.

싸이더스의 노종윤 이사는 “조폭 영화는 이미 끝물이다. 그렇다면 미래로 갈 것이냐 하면 그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그래서 근대로 돌아갔다. 유독 우리나라는 실존 휴먼 스토리의 시장성이 약하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 등 동남아 시장을 겨냥하면 제작비가 커져도 커버할 수 있다. 한국 영화의 시장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상징”이라고 분석한다.

1905년 우리나라 최초의 야구단 창설 과정을 그린 ‘YMCA 야구단’에 이어 항일운동가 김산을 다루는 ‘아리랑’ 제작을 준비중인 명필름 이 은 대표는 “영화가 새로운 역사관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역사 속을 살았던 인물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인물에 대한 생각을 조금은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멜로이건 폭력물이건 너무나 적나라한 현실만을 보여주었던 영화가 이제는 현실에는 존재하기 어려울 법한 ‘영웅’을 복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셈이다.

감각에 지쳐 감동을 원하는 대중의 취향 변화에 맞춘 기획이기도 하다.

사상가였던 김산, 최초의 여성 비행사였던 박경원이 있지만 ‘인물 복고’의 영화에서도 역시 다이나믹한 인생을 살았던 무술인이 선호되는 경향.

최배달 역도산 시라소니부터 복서 김득구까지. 당연히 박진감 넘치는 액션장면이 대세다.

그러나 이런 기획의 성과에 대해 평론가의 태도는 아직 유보적이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우리나라에서 인물중심의 시대극이 그간 소홀히 다뤄져 온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명 영화사가 이런 기획을 한다는 소문이 돌면 ‘그렇다면 나는 어떤 인물로 할까’하는 식으로 기획을 추종하는 경우가 많다. 의도와 우연이 겹친 기획이 생겨나는 것이다.

때문에 완성된 영화에 대중이 얼마나 호응하느냐를 두고 결과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충무로에서 영화로 기획되고 있는 인물은 다음과 같다.

● 챔피언-비운의 복서 김득구

1956 강원 인제 출생. 82년 11월1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팰리스 특설링에서 열린 WBA 라이트급 챔피언전에서 사망한 비운의 복서.

‘친구’의 곽경택감독이 그리는 김득구는 노래 잘하고, 자기 도취도 강한 인간적인 젊은이.

이미 공개된 몇 장면을 보면 마치 ‘친구’의 고교 시절의 추억과도 일맥상통하는 경쾌한 발상이 돋보인다. 현재 촬영 막바지 단계로 7월 개봉 예정. 제작 진인사필름.

● 아리랑-독립운동가 김산

1905년 평북 용천 출생. 본명 장지락(張志樂). 3ㆍ1 운동후 독립운동을 위해 상하이로 건너가 ‘독립신문’의 식자공으로 일하다 사회주의자가 됐다.

27년 광둥 코뮌 건설에 참가한 조선인 중국 공산당원. 38년 예난(延安)에서 반혁명간첩혐의로 사형됐다는 설과 옥중에서 병사했다는 설이 있다.

1월 원작자인 님 웨일스 유족과 판권 계약을 맺었고,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한 단계다.

‘남부군’의 정지영감독이 연출을 맡을 예정이며 원작에서 주인공을 어떤 배우가 맡을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

50억원의 제작비를 예상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촬영하기 위해 이미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이 중국을 두 번 방문했다. 연내 크랭크인 할 계획. 제작 명필름.

● 청연(靑燕)-첫 여성파일럿 박경원

1901년 대구 출생. 1920년 일본 요코하마(橫濱)기예학교 졸업.

22년 대구 자혜의원 간호사를 거쳐 26년 가마타 비행학교를 졸업후 한국인 여성 최초로 비행사가 됐다.

1933년 고국 비행에 나섰다 시즈오카(靜岡)현에서 짙은 안개로 추락, 사망.

맨손으로 건너가 비행사가 돼 일본 긴자(銀座) 거리를 활보했던 멋쟁이 박경원. 그의 성공 스토리와 스캔들, 로맨스가 얽힌 영화로 기획 중.

6월말 시나리오 완성 후 감독과 주연 결정. 일본이나 호주에서 촬영할 계획. 제작 씨네라인Ⅱ.

● 역도산-레슬러 역도산

1924년 함남 출생. 본명 김광호(金光浩). 14세때 전국 씨름대회에서 우승한 후 39년 일본에 건너가 모모타(百田)로 개명.

40년부터 역도산이란 이름으로 씨름 시작해 51년 레슬러로 전향. 63년 도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일본인의 칼에 찔려 복막염으로 사망.

‘파이란’의 송해성감독. 감독의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진한 휴머니즘을 역도산이라는 역사 속 인물에 대입할 생각이다.

레슬러가 아닌 인간 역도산의 고뇌와 삶. 올 하반기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 역시 캐스팅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 제작 싸이더스.

● 바람의 파이터-전설적 무술인 최배달

1922~1994. 전북 김제 출생. 본명 최영의(崔永宜). 38년 일본으로 건너간 후 가라데(空手道)의 최고봉인 극진(極眞) 가라데를 창시했다.

세계 무술인과의 100여차례 격투기에서 승리했고, 일본 청소년이 뽑은 ‘위대한 인물 10걸’에 뽑히기도 했다.

방학기의 동명 시리즈 만화를 토대로 양윤호감독이 연출과 시나리오를 맡는다.

내년 5월 일본에서 촬영에 들어 갈 예정으로 일본과 한국에서 반반씩 촬영이 이뤄진다.

제작단계부터 일본 배급을 염두에 둔 작품. 제작 드림써치.

●시라소니-주먹대부 시라소니

1917년 평북 신의주 출생. 본명 이성순(李聖淳).

기우는 집안 살림을 돕기 위해 만주로 건너가 밀무역을 하다 해방 후 김두한, 이정재와 더불어 주먹 세계의 거두로 활동, 말년에는 신앙생활에 몰두하다 83년 사망.

‘화산고’의 김태균감독. 빠르면 연말께 크랭크인을 한다.

영화에서는 하얼빈에서 벌어졌던 무용담을 근거로 감독이 전작에서 보인 화려한 액션에 비중을 둘 계획이다. 제작 싸이더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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