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학년도 1학기 수시모집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수험생들은 1학기 수시모집에 지원할 지, 아니면 정시모집에 총력을 기울일 지를 결정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을 맞고 있다.
한국일보는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오현순(吳賢順ㆍ46ㆍ여ㆍ서울 강남구 대치동), 김인자(金仁子ㆍ47ㆍ여ㆍ서울 종로구 구기동)씨와 대성학원 이영덕(李永德) 평가실장,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김영일 평가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문답형식으로 대입전략을 점검한다. /편집자주 ≫
김인자 = 현행 입시제도가 너무 복잡해 갈피를 잡지 못하겠어요. 먼저 2003학년도 대입전형계획의 특징을 지난해와 비교, 정리해 주십시오.
이영덕 = 첫째 교차지원이 대폭 축소됐다는 점입니다. 아예 불허하거나 동일계열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등 교차지원이 어렵게 됐습니다.
둘째 수시모집 선발인원이 다소 늘어났어요. 1, 2학기 수시에서 전체 모집인원의 31.1%를 뽑을 예정입니다.
지난해는 28.8%였죠. 셋째 수능 총점 대신 일부 영역을 반영하거나 가중치를 부여하는 대학이 확대됐습니다.
김영일 = 수시 합격자의 등록 의무화도 변수로 작용할 겁니다. 당장 1학기 수시 지원 때부터 영향을 미치겠죠.
김인자 = 수능 일부 영역만 잘해도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요. 우리 아이는 문과반인데, 인문계 수험생이 연세대에 지원하려면 어떻게 준비하는 게 효율적인가요.
이영덕 = 일부 영역을 반영하는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주요 대학의 경우 인문계 모집단위는 과학탐구영역을, 자연계열은 사회탐구영역을 반영하지 않아요.
하지만 연세대는 수능 전 영역을 반영하는 대신에 가중치를 부여합니다.
인문계의 경우 수능 외국어영역 만점은 80점인데 가중치 50%를 적용해 120점 만점이 되니까 이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수험생이 유리하죠.
사회탐구영역도 가중치 50%가 적용됩니다. 따라서 연세대에 지원할 인문계 수험생은 외국어ㆍ사회탐구 영역을 집중적으로 대비해야 하겠죠.
오현순 = 지금 시점에서 전체적인 대입지원 전략은 어떻게 짜는 게 좋은가요.
김영일 = 정시모집으로 어느 대학에 갈 수 있는지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한번의 모의고사로는 안돼요.
5~6월까지 치러지는 3, 4차례의 모의고사 성적을 잣대로 삼아 눈높이를 정하면 됩니다. 학생이 수능이 강하냐, 학생부 성적이 좋으냐에 따라 ‘내신형’과 ‘수능형’으로 나뉠 수 있죠.
평소 학교 성적은 좋은데 모의고사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은 대체로 수시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좋습니다.
이영덕 = 수험생 입장에서 명확하게 수시를 가겠다, 정시를 노리겠다 결정하기가 사실 쉽지 않겠지만, ‘정시를 목표로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게 가장 좋아요.
김영일 = 강조하건대 수시에 승부를 걸어서는 절대 안됩니다. 지난해처럼 보험성 지원은 더더욱 곤란해요. 수시의 경우 입학했을 때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대학과 학과에 지원해야 합니다.
이영덕 = 고2 때까지 학생부 성적이 좋고 학생회장을 지냈거나 영어를 특별히 잘 하는 등 비교과 영역에서 ‘+알파’가 있는 학생이라면 1학기 수시지원을 적극 고려해볼 만합니다.
오현순 = 지난해 수시에서는 심층면접이 당락을 갈랐다고 하는데 올해는 어떨까요.
김영일 = 올해도 논술이나 심층면접이 당락에 최소 50%이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영덕 = 지난해 수시에서 40~50%가량이 심층면접으로 당락이 바뀌었어요. 연세대 등을 제외한 대다수 대학이 논술ㆍ심층면접에서 교과영역 중심으로 묻기 때문에 수험생간의 실력차가 확연하게 갈렸습니다. 올해도 이런 현상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봅니다.
오현순 = 심층면접을 준비하려면 적잖은 부담이 되는데요.
이영덕 = 기출문제를 꼭 확인해봐야 합니다. 주로 자연계 모집단위는 수학ㆍ과학 관련 내용을, 인문계는 영어와 사회교과목에 대한 질문이 많다고 보고 준비하면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김영일 = 수능 따로, 심층면접 따로는 있을 수 없어요. 다만 심층면접에서는 표현력이 중요할 수 있는데, 이는 비슷한 대학을 지원할 친구끼리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준비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결국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게 효과적인 심층면접 대비책이라고 보면 돼요.
이영덕 = 시사적인 문제는 별도로 준비해야 하겠죠. 평소 신문ㆍ잡지를 꾸준히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두고, 심층면접이나 구술고사 직전에 사회적 이슈가 된 주제를 정리하면 돼요. 결국 시사문제도 수능에 많이 출제되니까 수능 공부한다고 생각하면 큰 부담은 없을 겁니다.
오현순 = 교차지원 축소가 올 입시에 미칠 영향은 어떤가요.
이 =원칙적으로 교차지원을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한 예로 한의예과를 두고 있는 11개대 중 대전대ㆍ동의대가 교차지원을 허용하는데, 교차지원을 통해 한의예과에 진학하려면 지원할 대학이 2곳밖에 없어요.
반면에 자연계열 수능을 치르면 11개대 모두 지원할 수 있잖아요. 교차지원을 염두에 두면 선택의 폭이 좁아집니다.
김영일 = 점수 층에 따라서 교차지원이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교차지원 여부는 수능원서 낼 때까지 결정하면 됩니다.
특히 중ㆍ하위권 자연계 수험생의 경우 모의고사에서 수리와 과학탐구영역 성적이 시원찮으면 교차지원을 고려해 볼 수는 있어요.
김인자 = 수능 대비전략에 대해 조언해 주십시오.
이영덕 = 기본적으로 학교공부를 열심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교과서 내용만 완전히 이해해도 상당히 많은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교과서 밖에서 많이 출제되더라도 학교 수업을 통해서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1999학년도 수능부터 4년치 기출문제를 풀어보면서 예상 난이도와 출제경향을 수험생 스스로 점검해보면 수능 대비에 도움이 됩니다.
김영일 = 1교시(언어영역) 시간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모르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와 같은 수험기술이 아주 중요하다고 봐요.
앞으로 치를 모의고사에서는 ‘오늘이 11월6일’ 이라고 생각하고 응시해야 합니다. 적절한 긴장도 필수적이죠.
실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시험보는 기술입니다. 모의고사를 통해 영역별 성적관리도 잘 해야 합니다.
그때 그때 모의고사에 급급하면 큰 것을 놓칩니다. 단순히 총점이 몇 점 오르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특정 영역이 만점에 근접할 경우 다른 영역의 공부에 투자해야 합니다. 수능은 ‘11월6일 골인하는’ 마라톤입니다.
한두 차례 모의고사에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중간에 낙오해서는 안되겠죠. 우리 모두 수험생들의 건투를 기원해 봅시다.
정리=김성호기자 shkim@hk.co.kr
■대담참석 김인자·오현순씨 "대입전문가 다 됐죠"
‘학생은 수능 공부만 하고 대입전략은 엄마가 책임진다.’
‘전형방법 다양화도 좋지만 현행 입시제도는 너무 복잡하다.’
‘실제 수능은 몰라도 모의고사는 총점 기준 전국 석차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
본보가 마련한 2003학년도 입시 대담에 참석한 김인자ㆍ오현순씨는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의 애환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들이 전하는 수험생 학부모의 기본은 ‘입시기사 스크랩’. 실제로 오씨는 대담에 참석하면서 지난해부터 모아온 대입관련 신문기사 파일을 들고 왔다.
오씨의 아들은 올 입시에서 의대에 지원할 예정.
파일을 훑어보니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 관련 기사들로 꽉 차 있었다.
김씨도 “신문을 꼼꼼히 읽으면서 수험정보를 빠짐없이 스크랩하고 있는데 애한테 도움이 될만한 기사는 따로 오려내 책상 위에 올려 놓고 참조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집안 분위기도 말이 아니다. 아이의 신경을 건드릴까 봐 TV도 편안하게 보지 못한다.
아침에 깨워서 승용차로 학교까지 태워주고 자정께 아이가 돌아오면 간식을 챙겨주고, 잠자리를 봐주다 보면 온 몸이 쑤실 지경이다. 너무 힘들다 보니 아빠가 이 역할을 대신해 주기도 한다.
“애 얼굴을 쳐다보면 가슴이 저려요.” 오씨는 “아이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침대에 두툼한 커튼도 설치했다”면서 “아침에는 5분이라도 더 재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능 때까지 건강하게 잘 견뎌줄 지, 점심ㆍ저녁이나 잘 챙겨 먹는 지 하루 종일 아이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들은 “여기 저기서 열리는 입시설명회에 참석하려면 수험생 엄마에게 운전면허증은 필수품”이라고 덧붙였다.
오씨는 “일부 학부모의 경우 대학별 내신성적 산출법을 꿰뚫고 있는 등 입시전문가 이상의 정보력과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성적순으로만 신입생을 뽑는 방식은 지양돼야 하겠지만 수험생 각자의 위치가 어디인 지는 알려줘야 하지 않느냐”면서 “최소한 모의고사에서는 총점 석차정보를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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