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안 하면 우리가 한다."3월부터 ‘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꿔단 신용금고업계가 틈새시장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10일 상호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영업정지 상태인 6곳을 제외한 전국 115개 저축은행의 3월 말 영업실적을 집계한 결과 ‘저축은행’으로 전환하기 전인 2월 말에 비해 여신은 3.5%(5,664억원), 수신은 2.5%(4,943억원) 각각 늘었다. 이 같은 여수신 증가율은 종전의 월 평균 증가율 1.5%를 크게 웃돈 것이다. 또 2월 79.8% 등 그 동안 70%대에 머물던 예대율도 지난 달에는 80.2%로 올라섰다.
이 같은 실적호전은 단순한 ‘전환효과’라기 보다는 은행 영업의 사각지대를 저축은행들이 집중 공략한 결과라는 게 금융계의 분석. 실제로 많은 저축은행들이 새 간판을 단 이후 기존 은행권에서는 볼 수 없던 틈새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경기 분당의 좋은저축은행은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시하면 담보평가액의 두배(3억원 한도)까지 연리 12%로 주식거래자금을 대출해주는 ‘스톡론’을 최근 출시, 하루 평균 10억원 이상의 수신고를 올리고 있다.
시중은행 상품과 달리 담보로 잡힌 뒤에도 주식을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큰 특징. 좋은저축은행은 또 축구장의 사인보드 광고판 영업권을 확보하고 있는 대한애드컴스에 ‘광고영업권’만을 담보로 7억원의 대출을 해줘 눈길을 끌었다. 무형의 영업권을 담보로 대출한 사례는 국내 금융계에선 처음 있는 일.
상장기업인 진흥ㆍ한국저축은행은 법정관리기업 또는 파산법인의 부동산이나 경매물건에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새로 개척, 올해 이 분야에서만 120억~130억원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PF는 주로 대규모 투자사업을 추진하는 업체에 미래에 발생할 수익을 담보로 장기간 거액의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기법인데 투자기간을 6개월로 단기화한 데다 투자업종을 경매물건 등으로 차별화한 것이 눈에 띈다.
서울의 푸른저축은행은 9일 금융권 최초로 인터넷 화상회의를 통해 대출을 해주는 ‘푸른 ⅰ- Banking 대출’ 상품을 출시, 고객확보에 나섰다. 고객이 모집인 사무실을 방문하면 화상시스템을 통해 본점 심사담당자와 대면 상담을 실시, 20분만에 대출을 해주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많은 저축은행들이 납골당구입자금 대출(대백), 성형수술ㆍ라식ㆍ치아교정 등에 필요한 치료비를 빌려주는 대출(한서), 성직자를 대상으로 한 교회대출(삼신), 신용불량자대상 크린론(한마음) 카드연체대납대출(좋은), 수산물 담보대출(부민), 귀금속담보 마하골드론(한신), 군인대상대출(동부), 일수대출(프라임) 등 다양한 틈새상품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저축은행 중앙회 관계자는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시중은행처럼 무거운 조직에선 실행할 수 없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저축은행으로 전환후 이미지 개선까지 돼 올해부터는 실적이 크게 호전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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