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특수한 안경이 있어 악령을 볼 수 있다면? 1960년에 발표된 B급 호러 영화 ‘13 고스트(13 Ghost)’의 발상은 이렇게 시작됐을 것이다.영화는 저예산 공포 영화의 거장 윌리엄 캐슬의 작품으로 ‘헌티드 힐’ 의 역시 그의 작품이었다.
‘매트릭스’의 제작자 조엘 실버가 윌리엄 캐슬에 대해 갖는 경배는 대단한 것이어서 그는 ‘헌티드 힐’에 이어 두번째로 ‘13 고스트’를 신인 스티브 벡 감독으로 하여금 리메이크하게 했다.
30여년의 격차는 분노와 광기에 쌓인 귀신의 모습을 구축하는 데 엄청난 기여를 했다.
퇴마사인 사이러스(F. 머레이 아브라함) 일행은 악마들을 깨울 13번째 악령의 출현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소탕 작전에 돌입, 12번째 악령 저그넷을 유인해 봉인하는 데 성공하지만 사이러스는 끝내 사망하고 만다.
하지만 악령은 정복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조카 아서는 저택을 상속받지만 전기기술자를 가장해 집에 들어온 영매자 레프킨 레프킨(매튜 릴라드)은 아서의 집에 이미 귀신이 들린 것을 알게된다.
집은 대단히 중요한 모티프이다.
유리와 금속으로 지어져 세련되며 차가운 느낌을 주는 저택은 출입구가 사라지며 점차 한 덩어리로 변해간다.
그것은 퇴마사가 귀신을 봉인하듯, 이번에는 귀신들이 사람을 집안에 가두려는 것이다.
자신이 예쁘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고 자살한 ‘분노한 공주’, 연쇄살인범 귀신 저그넷 등 12명 귀신의 캐릭터는 상상가능한 귀신의 이미지가 총동원된 느낌이다.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호러물이지만 깔끔한 화면과 테크노 사운드 음향, 악령이 접수한 공간이라는 설정이 현대적 감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무엇보다 공간이 어두컴컴한 빅토리아풍 저택에서 벗어난 점이 매력. 15세 이상. 12일 개봉.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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