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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보육시설 기업 "나몰라라"… 여성 300인이상 사업자 61%가 미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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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보육시설 기업 "나몰라라"… 여성 300인이상 사업자 61%가 미설치

입력
2002.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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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 모병원의 간호사로 8년째 일해 온 박모(31)씨는 고심끝에 출산휴가를 마친 후 병원을 그만두고 말았다.24시간 교대근무를 해야 하는 업무특성상 간호사를 계속하면서 아기를 키우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월 100만원이 넘는 탁아모를 두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경제형편상 단념해야 했다.

박씨는 “노조가 수년간 직장내 보육시설 설치를 요구해왔지만 병원측은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근무연차가 많은 여간호사들을 퇴직시키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직장보육시설 외면 풍조가 계속돼 여성근로자들의 근무ㆍ보육 이중고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 대형종합병원, 호텔, 백화점 등 대형 사업장은 물론 상당수 공기업까지 보육시설에 무관심으로 일관, 여성근로자를 몰아내는 방편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직장내 보육시설을 의무설치해야 하는 여성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은 총 240곳. 이중 147곳(61%)은 보육ㆍ위탁시설이 전무하다. 미설치비율은 전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나마 미설치업체 중 24곳만 막연한 설치계획을 갖고 있을 뿐, 123곳은 그나마도 없는 실정이다.

업체측의 무성의와 저의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보육시설을 설치할 경우 고용보험기금에서 3억원까지 저리융자를 받을 수 있고, 보육교사 수당(월 65만원)까지 지급받게 된다.

여성근로자 300인이 넘는 대형사업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거의 없는 셈이다. 그러나 보육시설을 새로 설치하는 사업장은 매년 손으로 꼽을 정도다.

한국여성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보육시설 설치를 요구하는 노조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대다수 업체는 무반응”이라며 “법적의무만 있을 뿐 벌칙조항이 마련되지 않아 업체의 무관심과 무성의를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박승희(朴勝喜) 여성부장은 “민간기업에서도 상당수 여성들이 보육시설을 찾지 못해 회사를 떠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노조의 힘이 약한 업체에서는 보육시설 미비가 여성근로자를 내모는 방편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정부당국은 올 초 보육시설 의무화(영유아보육법 시행령 14조)가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폐지 움직이을 보이다 여성계와 노동단체의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업의 운영비 부담과 보육수요 부족등으로 직장보육시설 설치가 부진한 것이 사실"이라며 "설치비와 운영비 지원을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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