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석굴암 모형전시관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문화재위원회 위원들의 갈등 양상으로 비화하면서 위원회 운영실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24개 학술ㆍ시민 단체가 참여한 ‘석굴암ㆍ토함산 훼손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가 9일 모형전시관 건립 반대 성명을 내면서 “승인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건립 계획을 승인한 문화재위 1분과 위원들은 문화재청이 12일 열기로 한 현장설명회에 전원 불참키로 했다.
문화재 정책 심의 기구인 문화재위는 건조물, 유형문화재, 사적 등 6개 분과로 나눠 운영되는데 이번 석굴암 모형전시관 건립 심의는 건조물 담당인 1분과에서 맡았다.
저지 대책위는 성명에서 “석굴암과 주변 환경을 위협하는 건축행위 심의를 다른 분과와의 합동 심의 없이 1분과에만 맡기고 국민 여론을 전혀 수렴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원장 이상해 성균관대 교수는 “1분과 위원들을 비난하자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청의 안일한 행정을 문제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교수를 비롯해 강우방, 김홍남(이화여대) 유홍준(명지대) 교수 등 대책위 주축인사 상당수가 문화재위원 또는 전문위원이어서 분과간, 위원간 갈등 양상으로 비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1분과 위원들은 현장설명회 불참 사유에 대해 “심의 과정에서 여러 차례 현장을 답사해 다시 갈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화재위 동료들이 참여한 대책위가 현장설명회를 코앞에 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 서명운동에 나선 데 대해 내심 불쾌해하고 있다.
1분과 위원인 맹인재 환기미술관 관장은 “다른 견해를 가질 수는 있지만 문화재 위원들이 문화재청에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운동’ 차원으로 접근한 것은 성급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문화재위 운영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전문위원은 “위촉된 지 3년이 지나도록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소집한 일이 없을 정도로 전문위원은 유명무실한 자리”라면서 “전문위원 활용은 물론, 중대 사안에 대한 분과 합동심의 활성화 등 문화재위 운영 전반에 걸쳐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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