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방송계는 지금 대표적인 상업방송사인 ITV 디지털 방송이 파산 직전에 처해 있어 큰 골머리를 앓고 있다.공영방송 BBC와 함께 영국의 지상파 방송을 이끄는 쌍두마차 중 하나인 ITV의 디지털 방송이 파산은 정부가 야심차게 실행하고 있는 디지털 정책의 전망을 매우 어둡게 한다.
ITV 디지털 방송이 좌초된 직접적인 이유는 영국의 인기 스포츠인 축구경기의 중계권에 과다한 투자를 한 데 있다.
ITV 디지털 방송은 3년 간 축구경기의 독점 중계권에 3억 1,500만 파운드(5,827억 5,000만 원)를 투자하며 사업적 성장을 도모하려고 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가입자 증가와 광고수입 모두 저조한 성과를 보이고 말았다.
축구 중계권료는 결과적으로 시장가치와 비교할 때 과도한 투자비용이었다.
심지어 경쟁사인 BBC의 사장 그렉 다이크조차 “어느 방송사도 그런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축구 중계권을 확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ITV 디지털 방송의 붕괴는 그렇지 않아도 성과가 부진한 영국의 디지털 정책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영국 정부는 2010년까지 지상파 방송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완전히 전환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난 수년 간 디지털 방송에 대한 수요는 전체 가구 중 25%에 불과한 대단히 미흡한 수준이었다.
그 와중에 ITV 디지털 방송이 파산에 봉착한 것이다.
게다가 ITV 한 방송사가 디지털 방송에 지금까지 8억 파운드를 투자했고,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3억 파운드가 더 요구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영국의 디지털정책은 막대한 자금만 투자하고 성과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정책실패로 귀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영국 방송계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해줄 구세주로 미디어계의 거물인 뉴스 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을 꼽고 있다.
영국 정부 또한 비록 표면적으로는 머독이 지상파 TV에 진출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지만 디지털 방송의 정책실패를 피하기 위해서는 머독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영국의 디지털 위성방송 BSkyB를 소유하고 있는 루퍼트 머독이 과연 ITV를 인수해 영국의 디지털 정책을 살리고, 영국의 방송계를 좌지우지할 날이 올 것인지 주목된다.
/ 김호석 KBS 방송문화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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