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인제(李仁濟) 후보측이 9일 밤 늦게 “노무현(盧武鉉) 후보에 대한 이념ㆍ노선 공세를 자제하고 정책대결에 치중하겠다”고 말했다가 불과 10시간 만에 말을 바꾸는 등 내부 혼선이 일었다.이 후보는 10일 오전 대선후보 경선 유세차 충북 청주로 가던 도중 급히 서울로 차를 돌려 기자회견을 자청, “지금까지 해온 노선투쟁과 정책대결을 더 본격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 후보는 “노 후보의 정책 노선은 급진 좌파로 민주당의 정체성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이념 공세에서 한치도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을 공격하는 게 본래 취지는 아니다"면서도 "김대중 대통령이 이제라도 지지후보를 명백히 밝혀야지 (뒤에서)보이지 않는 손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이 후보의 이 같은 급작스러운 행보에 대해선 이 후보 진영 내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9일 밤 김기재(金杞載) 선대본부장과 전용학(田溶鶴) 의원 등을 포함한 이 후보 측근 의원 6명이 서울 자곡동 이 후보 자택을 찾아가 대책회의를 끝냈을 때는 “앞으로 네거티브보다는 포지티브 캠페인에 주력하겠다.
김 대통령에 대한 요구도 더 이상 없을 것이다”는 분위기가 주조를 이뤘다는 데 대해서는 별로 이견이 없다. 이 후보측 김윤수(金允秀) 공보특보는 10일 오전 10시가 넘어서도 “이 후보가 호흡조절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내가 일일일건(一日一件) 주의로 할 얘기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이 후보측 입장 선회를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김 특보가 민주당사 대변인실에서 이 같은 설명을 끝내기가 무섭게 이 후보로부터 긴급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연락이 와 당내 분위기는 다시 팽팽한 긴장상태로 빠져 들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이 후보의 입장 변화를 환영한다”는 구두 논평을 냈다가 보류하느 해프닝을 벌였다.
이 후보가 자신의 정책적 차별성 부각에 역점을 두겠다고 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입장을 번복한 것처럼 비친 이유에 대해서는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후보의 긴급 기자회견이 끝난 뒤 김 특보는 “SBS 등 방송사들이 이 후보의 정책대결 중시 발언을 전하면서 노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이 먹히지 않고 오히려 지지도가 떨어지자 전략을 바꾼 것처럼 해석 보도한 데 대해 이 후보가 불같이 화를 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자신의 경선 전략 변경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언론에 대한 불만이 이유라는 주장이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언론이 나를 바보로 만들려 한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이 후보는 자신의말을 집적 인용,보도한 SBS기자에게 전화를 걸어"방송사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며 "이xx가"등의 욕설을 했다가 나중에 사과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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