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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촬영중 / 오아시스

입력
2002.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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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의 3번째 영화 ‘오아시스’ 촬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이창동 감독의 영화촬영 스타일은 그의 소설쓰기나 별로 다르지 않다. 출구 없는 답답한 세상에 빠진 사람처럼, 그는 늘 무거운 침묵과 팽팽한 긴장 속에서 촬영을 한다.

꼼꼼하고 빈틈없기로 유명한 이 감독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아시스’는 더구나 그 등장인물과 주제가 그렇게 만든다.

살인전과자 종두(설경구)가 그것도 자신의 범죄피해자 가족 중의 한 사람인 뇌성마비 여성 공주(문소리)의 사랑.

감독은 “러브 스토리”라고 말하지만 결코 판타지가 될 수 없는 그 사랑을 가볍게 받아들일 관객은 없다.

서울 망원동과 동대문 일대에서 촬영중인 ‘오아시스’에서 가장 고통을 받고있는 배우는 문소리.

이미 캐스팅 전에 뇌성마비 장애인을 연습하다 목을 다친 그는 영화속에서나 현실에서나 고통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워낙 특별한 캐릭터여서 한 장면 촬영이 끝나고 나면 곧바로 스포츠 마사지를 받아야 할 정도.

자신도 모르게 오른쪽 목 근육이 육안으로도 커졌을 정도로 그는 진짜 뇌성마비자가 돼 있다.

2주 전에는 종두와 격한 감정대립을 연기하다 진짜로 실신했다. 그에 비하면 설경구는 “편하다”고 했다.

세 사람의 만남은 일종의 운명.

‘박하사탕’에서 만난 그들은 정말 끔찍하다면 다시는 그런 작품, 그 감독의 영화를 하지 않을 것처럼 말했으나 다시 모였다.

때론 고통조차 그리움이 되고, 배우는 때론 고통스런 연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지 모른다.

70% 촬영을 끝낸 ‘오아시스’는 영국에서 클래식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젊은 한국 피아니스트 이루마에게 이미지 앨범제작을 맡기는 등 8월 개봉을 향해 순항중이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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