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이사가 자신에게 검찰 수사상황을 알려준 검찰간부로 김대웅(金大雄) 광주고검장을 지목하면서 당시 수사 및 보고라인 밖에 있었던 김 고검장이 수사정보를 입수한 경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이에 따라 당시 대검 수사 및 보고라인에 대한 전면 조사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2000년 연말 이용호(李容湖) G&G그룹 회장 등에 대한 검찰의 조사는 대검 중수부 소관. 당시 중수부 수사팀은 주임검사인 김준호(金俊鎬) 중수3과장에서부터 명동성(明東星) 수사기획관, 유창종(柳昌宗) 중수부장,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 라인으로 구성돼 있었고 서울지검장이었던 김 고검장은 수사상황에 대해 보고 받을 위치에 있지 않았다.
따라서 김 고검장이 수사상황을 알았다면 이는 대검 수사라인 중 누군가가 김 고검장에게 정보를 유출했을 것이라는 게 상식적인 추론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수사팀이 도승희(都勝喜) 전 인터피온 이사에 대한 수사착수 사실을 신 전 총장에게 보고한 시점이 지난해 11월6일로 김 고검장이 이수동씨에게 수사상황을 알려준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우연의 일치로 보기엔 너무나 공교로운 대목. 수사팀은 또 10월 중순 도씨에 대한 내사단계서부터 도씨와 이 전 이사의 연관성에 대해서 수시로 신 전 총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대검 관계자는 “당시 이용호 게이트 수사진이 수사·보고 라인 밖에 있던 서울지검장에게 수사 상황을 알려줬을 경우 그 역시 기밀누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만일 검찰조사에서 중수부 간부의 기밀유출사실이 드러난다면 당시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承煥)씨와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에 대한 무혐의 처분과 맞물려 그간 부실수사의 배경이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전 이사가 지금까지의 입장을 돌연 바꿔 입을 열기 시작한 배경도 궁금한 대목이다. 이 전 이사는 9일 가족면회에서 “지쳤다.
오늘은 결국 말할지도 모르겠다”고 자포자기의 심경을 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검찰주변에서는 이 전 이사가 개인비리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면책을 보장 받는 대신 의혹이 집중된 사안들에 대한 방어는 포기하는 선에서 검찰과 타협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이번 검찰 재수사의 3대 핵심사안 가운데 나머지인 언론대책문건 등 공문서의 입수경위, 군·관계 인사개입 의혹 등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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