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정부가 갈수록 떨어지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다음달 2일 예정된 지방선거에 전자투표 방식을 시험도입할 계획이다.인터넷, 휴대폰, 터치스크린, 디지털TV 등을 이용한 다양한 ‘e_voting(투표)’ 은 2000년 3월 미국 민주당 대선 예비선거 때 애리조나주에서 선보인 적이 있으나 영국의 경우처럼 대대적으로 시행되기는 처음이다. 당시 애리조나주는 인터넷 투표를 실시해 투표율을 무려 676% 나 끌어올리는 등 선거 열기를 확산시키는 데 큰 성공을 거뒀다.
영국의 이번 전자투표 대상 지역은 세인트 앨번스구(區) 내 20개 마을 중 2곳과 잉글랜드ㆍ웨일스 주(州)의 리버풀 셰필드 크루이 낸트위치 스윈던 등 29개 마을이다.
세인트 앨번스 선관위는 유권자 1만 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휴대폰은 물론 슈퍼마켓과 투표소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통해 투표할 수 있게 했다. 16자리로 된 유권자번호와 4자리 개인신분번호(PIN)를 부여받은 유권자들은 이 두가지 번호의 조합으로 신분확인 절차를 거쳐 한번만 투표할 수 있다.
투표일도 이달 25~27일 3일 간으로 잡아 전국 투표일인 5월 2일보다 앞서서 길게 잡았다. 리버풀과 셰필드에서는 휴대폰 텍스트 메시지 기능과 지역 디지털 TV를, 크루이 스윈던 등은 도서관에서의 인터넷 투표를, 런던의 캠든 완즈워스 체스터 럭비 옥스본 등은 전자계표 등을 시험 도입할 예정이다.
세인트 앨번스 선관위측은 전자투표 선호도가 75%에 달했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이번 선거에서 최소 4% 이상 투표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전자투표가 투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단점이 훨씬 많다며 아직은 시기상조론을 주장하고 있다. 우선 컴맹이나 컴퓨터 접근이 용이치 않은 사람들과의 법적 형평성, 1인 1표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 해킹 등에 따른 보안상의 문제로 투표 비밀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 등이 가장 큰 쟁점들이다.
이밖에 전자투표에 의한 개표는 여러 번 재검표가 가능한 투표용지와 달리 단 한번밖에 개표할 수 없고 시설구축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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