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수 민족의 설움을 잘 이해하는 편인가? 한국인이라면 대체로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다.주변 강대국의 간섭과 침략을 숱하게 당해왔기 때문이다.
요즘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중동사태에서 공격하는 이스라엘보다는 핍박받는 팔레스타인쪽에 동정의 눈길이 더 많이 쏟아지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지만 이 같은 고정 관념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고개를 갸웃거릴 때가 많다.
나는 10년 가까이 국내에 체류중인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정을 대변하고 권익을 찾아주는 활동을 해 왔다.
상담을 하다 보면 안타까운 일들이 많다.
불법 체류자라는 굴레 때문에 일을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하고, 체불임금을 달라고 요구했다가 도리어 추방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법률적으로는 외국인 노동자도 내국인과 동등한 기준으로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외국인 노동자가 산업 재해를 당하면 대부분의 사업주들은 산재 보상에 협조해 주지 않는다.
또 하나 우리 관심의 사각 지대는 난민이다. 일반인이라면 우리 나라에 난민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것이다.
그렇지만 3월말까지 131명의 난민들이 우리 나라에 난민 신청을 했다. 그런데 오직 1명만이 우리 정부에 의해 난민으로 받아들여졌다.
우리 국민이 중국 정부에 대해 중국 대륙을 떠도는 탈북자를 난민으로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난민을 받아들이는 일에 인색한 것이다.
우리는 일제 식민통치에 고통을 겪었으며, 경제 성장기에는 돈을 벌기 위해 낯선 땅으로 건너가 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부자 국민들의 멸시에 분노하고 가슴 아파했던 우리가 피난처를 찾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나 난민들에게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며 인권을 보호 받고 피난처를 구할 권리가 있다. 우리도 이제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왔다.
/ 이호택 피난처(www.pnan.org)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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