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옵션만기일(11일)이 코앞에 다가오자 시장에 황색등이 켜졌다. 1조1,000억원대에 달하는 매수차익거래잔고가 옵션 만기일에 청산물량으로 쏟아질 경우 지수부담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그칠 줄 모르는 외국인 매도세, 최근 하향곡선을 그리는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와 고객예탁금 추이 등도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1증시 전문가들은 “옵션만기가 시장의 추세를 꺾어 놓을 정도는 아니겠지만 8, 9일 이틀간의 조정에서 보듯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만기일 전후는 지수 900선의 안착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단기수급 부담 가중시키는 옵션만기
전문가들은 8, 9일의 지수하락도 옵션만기일에 따른 심리적 우려가 크게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한다. 나흘째 증가세를 보인 매수차익거래잔고는 9일 현재 1조2,000억원 규모.
이 같은 매수차익거래잔고가 옵션 만기일에 수급부담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옵션과 연계된 프로그램 차익거래 때문. 일반적으로 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차익거래를 옵션을 이용해 선물 포지션과 똑같은 효과를 내는 옵션 포지션으로 복제(합성)해 차익거래를 할 수 있다. 즉 그동안 지수 상승에 큰 역할을 한 프로그램 차익거래 매수세(매수차익거래잔고의 증가)는 곧 선물 매도(현물매수) 포지션을 의미하고 이는 풋옵션(팔권리)을 매수하고 콜옵션(살권리)을 매도하는 것(합성매도 포지션)과 똑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
이렇게 옵션과 연계해 현물시장에서 사들인 지수관련 대형주식이 9일 현재 거래소에 신고된 액수만 2,000억원어치에 달하고 합성매도 포지션으로 전환 된 액수도 2,000여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옵션 만기일에 청산돼 한꺼번에 매도물량으로 나올 지수관련 대형주들이 4,000여억원치에 달한다는 뜻이다.
LG투자증권 황재훈 연구원은 “이 같은 규모는 평상시 2,000억원어치 내외인 옵션 만기일보다 큰 규모로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물량”이라며 “8일 시장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으로 마감되는 등 시장베이시스가 1포인트 이상 콘탱고 상태가 유지 되지 않는다면 이월 물량도 거의 없어 수급상황이 일시적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도세와 기관 및 개인의 매수여력 약화 조짐도 부담이다. 6일 현재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는 8조3,190억원으로 3월말보다 500억여원이 줄었고 고객 예탁금도 12조15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관 매수 여력의 바탕이 된 시중 자금 유입의 소강 국면과 고객 예탁금의 감소추이는 곧 옵션만기일과 덧붙여져 시장을 압박할 전망이다.
▼만기 전후 저가매수기회로
전문가들은 옵션 만기일 전후에 단기적 수급 악화로 인한 조정이 있겠지만 대세상승의 흐름을 되돌리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경험상 옵션만기가 시장의 추이를 꺾어놓은 사례가 거의 없었던 만큼 변동성이 커질 경우 옵션만기 이후를 대비해 저가 매수전략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또 옵션만기일 전후로 매수차익잔고가 일정 부분 해소됨에 따라 기관의 매수여력이 다시 건강해져 수급 문제는 곧 회복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한투자신탁증권 지승훈 선임연구원은 “옵션청산 절대 물량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나 청산 물량에 대해 기관의 프로그램 비차익거래에 따른 저가 매수세도 만만치 않아 지수 급락가능성은 낮다”며 “4월 옵션 만기일은 지수 900선에 대한 확신을 테스트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SK증권 오재열 연구원도 “단기적으로 옵션만기에 따른 불안요인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제한 뒤 “만기 이후 수급문제는 곧 회복될 것이기 때문에 청산 매도 물량이 나오는 초반부를 노려 저점 분할 매수 기회로 삼을 만 하다”고 조언했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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