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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禁輸·베네수엘라 석유노조 총파업…국제유가 '출렁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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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禁輸·베네수엘라 석유노조 총파업…국제유가 '출렁출렁'

입력
2002.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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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가 이스라엘에 대한 응징으로 석유 수출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세계 석유시장에 적지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베네수엘라 석유업계의 총파업이 수급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유가는 급등하고 화창하던 세계 경제에도 다시 먹구름이 몰려드는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오일쇼크가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이라크의 석유 수출 중단만으로 세계 석유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이라크는 걸프전에 대한 제재조치에 따라 유엔 감시 하에 하루 150만 배럴 가량을 수출, 전세계 원유 시장에서 2%의 비중을 차지한다.

관건은 이라크의 원유 금수조치에 대부분 중동국가로 구성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들이 동조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이라크의 석유 무기화 대열에 동참하기 힘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미 카타르가 이라크의 원유 금수 조치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앞서 쿠웨이트와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란의 석유무기화 제안을 거부했었다.

1973년 1차 오일쇼크 때처럼 OPEC 국가들이 공동 보조를 취할 형편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속을 들여다보면 각국 사정이 석유 수출을 중단할 만큼 넉넉치가 못하다. 대부분 중동 국가들이 정부 수입의 3분의 2이상을 석유 수입에서 충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란 스스로도 석유 의존도가 80%에 이른다.

무엇보다 OPEC의 위상이 예전 같지 못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1차 오일쇼크 때 전세계 석유시장의 55%를 차지하던 OPEC의 비중은 최근 30% 수준까지 뚝 떨어져 있다. OPEC가 집단행동을 할 경우 세계 2위 산유 국가인 러시아를 비롯해 노르웨이 멕시코 등이 언제든지 증산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중동국가 간 연대감도 약하다. 9ㆍ11 테러 이후 석유 수요 급감에 맞춰 OPEC 국가들이 감산에 들어갔을 때 사우디 아라비아는 하루에 200만 배럴씩 공급량을 늘렸다. 이란 등 일부 국가가 석유 금수에 동참하더라도 사우디 아라비아가 ‘조용히’ 부족분을 메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BBC방송은 “이라크와 이란 등이 자신의 발에 석유무기를 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라크가 1년 전 유엔의 제재안에 대한 항의로 석유 수출 중단을 선언했지만 유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그러나 석유 금수 조치가 OPEC 내 3위 산유국인 베네수엘라 총파업과 맞물릴 경우 만만치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OPEC의 알리 로드리게스 사무총장은 “이라크와 베네수엘라로 인해 국제사회가 일시에 석유 위기에 빠져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8일 이라크의 석유 수출 중단선언 직후 급등 조짐을 보였던 유가는 이스라엘의 철군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진정되고 있다.

9일 뉴욕시장에서 서부텍사스경질유(WTI) 5월물은 전날보다 34센트 낮은 26.20달러로 거래를 시작했다.런선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도 이날 오후 5월 인도분이 전날 보다 45센트 하락한 배럴당 26.57달러로 거래됐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베네수엘라 총파업

미국의 3대 원유 수입 대상국인 베네수엘라의 석유업계 파업사태가 심상찮다.

8일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국영석유회사(PDVSA)의 파업 노동자들이 조만간 생산시설의 추가 가동중단을 경고하고 나섰다.

2만명에 달하는 생산감독자 기술자들이 이미 엘 팔리토 정유소의 가동을 거의 중단한 데 이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로 큰 포에르토 라 크루즈 정유소도 최근 5일 간 파업으로 생산에 큰 차질을 빚으면서 원유 생산이 4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참가자들은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인 충성을 발판으로 사장직에 오른 가스톤 파라 사장과 함께 임원진 전원이 사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사태는 최저 임금을 상향 조정하는 등 당근정책을 펴던 차베스 대통령이 파업 지도자 7명을 해고하는 등 ‘채찍’을 들면서 악화일로에 있다.

■후세인의 속셈은…美공격피하고 反美연대 포석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8일 한 달 동안 원유 수출을 전격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점령에 대한 응징이지만 진짜 속셈은 미국의 군사 공격을 피하고 아랍권의 반미 연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후세인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아랍권에 해를 끼치는 세력, 즉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항해 원유 금수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히고 아랍 산유국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장기 독재로 인한 중동 지역 내의 외톨이 신세를 벗어나 어엿한 아랍권 이익의 대변자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동시에 반미 감정 조장을 통해 아랍 국가들의 단결을 호소하려는 정치적 계산이다.

1991년 걸프전 이후의 경제 제재 조치 이후 지난해부터 유엔의 감시하에 제한적으로 원유를 수출해 온 이라크의 이번 결정은 경제적 자살 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 공격을 직면한 후세인 대통령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아랍 국가들의 동조 내지는 중립 보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팔 사태를 전 아랍권으로 확전시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최대한 지연시켜 보자는 의도도 있다.

후세인은 미국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편들기로 미국에 대한 아랍 국가들의 불만이 고조돼 있는 지금이 아랍권의 반미 감정을 자극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라크의 수출량은 전세계 공급량의 2.2%밖에 안 된다.

그러나 아랍 국가들의 반미 감정이 고조돼 금수 정책이 다른 산유국으로 확산될 경우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가 상승이 최근 회복세로 돌아선 미국 경제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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