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히트노런이나 퍼펙트하는게임을 하고 있을때 절대 그말을 입밖에 내지 말라"가끔 가정법은 마음에 위안을 주기도 하지만 울적하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 집값이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을 때의 일이다. 몇몇이 모여 집값폭등을 안주삼아 신세타령을 했다.
한 친구가 “A는 강남특구로 옮겼는데 1억원을 벌었다더라” 고 말했다. 다른 한 친구가 “나도 그때 옮겼어야 하는 건데 말이야. 1억원을 손해 본 느낌이야”라고 맞장구쳤다.
또 다른 친구는 “마누라 말 듣고 이사하길 잘했어. 막무가내로 반대했더라면 마누라 볼 면목도 없었을 거야”라고 거들었다.
나도 때때로 이런 가정법의 노예가 되곤 한다. 그리고 1986년 5월6일 삼성과의 경기를 자주 떠올린다. 기억사람이 거의 없지만 7회2사까지 퍼펙트로 완벽한 투구를 했다. 다음은 최고의 좌타자 장효조선배였다.
평소 내 볼을 잘 치지 못했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8구째까지 가는 실랑이 끝에 좌전안타를 맞았다.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던진 게 화근이었다. 퍼펙트는 물론 노히트 노런까지 무산됐는데 무엇보다 퍼펙트를 의식했던 터라 허탈감은 이만저만 아니었다.
2-0으로 이기고 있다가 평상심을 잃어 9회에 2점이나 내주고 완봉승도 날아가버렸다. 연장 11회까지 완투, 간신히 3-2로 이기는 했지만 두고 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퍼펙트보다 노히트노런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면 지금까지 단 한번도 기록되지 않은 퍼펙트게임을 이뤘을지 모른다.
또 완봉하겠다고 생각했다면 노히트노런의 대기록을 수립했을지 모를 일이다. 장효조선배가 직구는 포기하고 슬라이더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승부구를 슬라이더가 아닌 직구를 택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지금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5일 대전에서 열린 롯데와의 개막전에서 송진우(한화)가 8회2사까지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다가 아깝게 놓쳤다. 송진우도 최기문을 상대로 쉽게 승부를 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텐데 하고 후회했을 것이다.
자기 팀 투수가 경기막판까지 퍼펙트나 노히트노런게임을 하고 있으면 덕아웃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동료들도 말을 무척 아낀다.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괜한 말 한마디가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히트노런이나 퍼펙트게임을 하고 있을 때 절대 노히트노런이나 퍼펙트라는 말을 입밖에 내지 말라”는 말이 불문율처럼 돼 있다. 큰일을 앞두고 방자해지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경험에 비춰볼 때 대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범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소극적이 되기 십상이다. 한발짝 뒤로 물러나 생각하면 일사천리로 성사될 일도 조급하고 방심하다 일을 그르치는 일을 야구경기에서도 많이 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