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인제(李仁濟) 후보가 연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이 후보는 9일 충북을 방문해 작심한 듯 전날 처음 꺼낸 ‘DJ 꼭두각시론’을 본격적으로 거론해 ‘홀로서기’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또 “김 대통령이 내심 노무현(盧武鉉)후보를 지지한다면 공개적으로 밝히라”며 DJ를 직접 겨냥했다.
이 후보는 지난 주말 ‘대통령 친인척 비리의 임기 내 척결’을 촉구하더니 8일에는 민주당 청년 조직인 ‘연청’(聯靑)의 경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는 금명간 김 대통령을 정면 공격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 후보는 이날 충주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데 마감해야 할 권력 의지가 경선에 작용하면 안 된다”며 “역대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관심을 갖다가 불행한 전철을 밟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야당이 민주당의 영남후보에 대해 김 대통령과 호남이 내세운 꼭두각시라고 공격하면 영남후보론은 소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영남후보론은 영남의 신지역주의와 호남 지역주의가 결합해 정권을 재창출하자는 것”이라며 “호남 유권자의 90% 이상이 영남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보면 반(反) DJ, 반 호남 정서에 기초한 영남 지역주의가 되살아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민국당의 패배 사례를 거론하며 “영남후보론은 허구”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청은 재작년 최고위원 경선 때도 이인제를 견제하기 위해 활동했다”며 “연청의 명예회장인 김홍일(金弘一) 의원이 주간지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오는 14일 치러지는 전남 경선에서는 참패할 각오가 돼 있다”며 “이 후보는 앞으로 모든 무기를 동원해 DJ를 강도 높게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공격 수위를 높이는 것은 우선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DJ와 결별하고 ‘마이 웨이’를 가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그는 “중도개혁 노선의 승리를 위해 최후까지 싸우고 승리할 것”이라며 경선 완주 의지를 밝히고는 있다. 하지만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독자적 활로를 찾는다는 게 이 후보의 내심이다.
그가 음모론→노선 공방→언론 발언 공방→김 대통령 공격 등으로 초점을 바꿔가며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것도 독자노선의 명분을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일단 당에 잔류하다가 정계개편이 추진될 경우 신당창당 대열에 합류하지 않고 홀로서기를 시도할 개연성이 높다.
그는 이날 ‘중도개혁 노선’과 함께 ‘중부권 대통령론’을 새로 꺼냈다.
때문에 그가 앞으로 충청권의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등 다른 정치 거물들과 함께 중부권, 중도노선에 기반을 둔 신당창당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그는 이미 97년 대선 때 ‘경선 불복’의 부담을 안고 있어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독자적대선 출마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충주=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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