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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2위 미디어그룹 키르히 파산 / 월드컵 중계 큰 차질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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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2위 미디어그룹 키르히 파산 / 월드컵 중계 큰 차질 없을 듯

입력
2002.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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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ㆍ일 월드컵의 전세계 방송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독일 언론 그룹 키르히가 8일 파산을 선언했지만 당장 월드컵 중계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날 “키르히의 채권은행단과 협의한 결과 2002년 월드컵 방영권을 키르히의 스위스 자회사인 키르히 스포츠로 이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FIFA 관계자는 “키르히의 부도에 대비해 중계권 보전을 위한 조치를 준비해 왔다”며 “국제영상 제작 부분은 키르히의 방송중계 대행사인 HBS가 키르히 스포츠 산하에 들어가 계속 담당하게 돼 각국에 대한 영상 송신에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르히 스포츠는 1997년부터 월드컵 TV중계권 판매 등 키르히미디어의 업무를 대리해 왔다. 한ㆍ일 양국의 월드컵조직위원회도 9일 각각 “FIFA가 TV방송에 악영향이 없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파산 영향은

유럽 최대의 미디어재벌 키르히 그룹의 파산은 유럽 미디어 업계뿐 아니라 최고 인기 스포츠인 축구계와 정치권에 이르기까지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키르히 파산에는 막대한 중계료 투자와 유료채널 ‘프리미어’의 부실화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약 65억 유로(약 7조 5,6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키르히는 자동차경주 포뮬러원(F1) 중계에 10억 달러, 2002년과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중계권에 17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올림픽의 중계료 상승에 자극받은 FIFA가 경쟁 입찰을 도입하면서 월드컵 중계료는 1998년 프랑스 대회보다 10배 이상 뛰었다.

24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프리미어에도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지만 지난해만 8억 달러(약 1조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몰락을 재촉했다. 여기에 키르히 회장의 황제적 경영으로 사업 실패 때 주식을 되사줘야 하는 ‘풋옵션’식의 투자를 마구 유치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독일 미디어업계와 정치권은 키르히의 몰락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상업ㆍ선정주의로 유명한 머독 그룹 등 외국 자본이 키르히를 인수할 경우, 방송업계는 물론, 사회ㆍ문화적인 기반마저 뿌리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독일 언론그룹이 외국자본에 넘어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거론되는 유력한 인수자는 키르히의 대주주이기도 한 루퍼트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의 미디어셋 정도. 이 밖에 미국, 아랍권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축구계도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해 영국의 유료채널 ITV 도산에 이어, 키르히의 파산으로 방송중계료를 주 수입원으로 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나 독일의 분데스리가의 각 구단은 심각한 재정난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액의 방영권을 기대하며 막대한 선수 이적료를 감수해 온 프로축구 구단들이 연쇄 도산 위기에 처하자 독일 연방 정부 및 주 정부는 축구팀 살리기 위한 보조금 지급을 추진키로 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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