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조롱이, 오색딱따구리, 꾀꼬리, 금개구리, 논병아리, 갈풀군락, 낙지다리, 부들….콘크리트 더미에 둘러싸이고 소음과 매연에 찌든 서울에서도 이런 야생 동ㆍ식물들이 살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서울시가 환경부 승인을 얻어 생태계보존지역으로 지정한 한강밤섬ㆍ둔촌동자연습지와 이달 중 지정예정인 방이동습지ㆍ탄천 등 4곳을 둘러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지방의 산골짝에서도 보기 힘든 새들이 지저귀고, 도시인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꽃들이 반긴다.
■ 방이동 습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뒷쪽으로 가면 강남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대규모 논밭이 펼쳐지고 그 가운데 버드나무가 자라는 연못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방이동 습지(55,726㎡)이다.
10여년전 지하수가 솟아 인공 습지로 만들어졌으나 그동안 놀라운 자연 복원력의 결과로 자연습지 환경을 갖추게 된 곳이다.
광활한 갈대숲과 수련ㆍ애기부들ㆍ낙지다리 등 습지식물이 자라고 천연기념물인 오색딱다리구를 비롯해 논병아리ㆍ물총새ㆍ꾀꼬리ㆍ뻐꾸기 등 50여종의 조류와 금개구리 등이 둥지를 틀고 있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긴 하지만 나무가 잘려나가고 농사를 짓기 위해 습지가 메워져 비닐하우스가 들어서는 등 훼손이 심해지고 있다.
■ 미개발의 탄천
송파구 가락동~수서동(대곡교~탄천2교)에 걸쳐 있는 140만4,636㎡의 탄천은 서울 지천 가운데 유일하게 미개발지로 남아 있는 곳.
모래톱이 잘 발달돼 수생 및 육생동물의 서식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생태적 보호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겨울철새인 흰뺨검둥오리,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는 물론 보호종인 참매와 말똥가리ㆍ해오라기 등 28종의 조류와 갈대ㆍ붓꽃ㆍ수련ㆍ낙지다리 등 99종의 식물이 자리를 잡고 있다. 많은 시민이 나와 운동을 하는 바람에 생태계가 멍들어가고 있다.
■ 유일 자연습지, 둔촌동
서울에서 유일하게 자연습지로 확인된 곳이다. 2000년 3월에는 서울지역 생태계보존지역 2호로 지정된 강동구 둔촌동 습지(4,865㎡ㆍ주변지역 포함)는 애초 500여평 크기였으나 주민들의 경작으로 지금은 150여평만 남아 있다.
주변에는 물박달나무ㆍ오리나무 등 희귀 식물 군락지가 있고, 솔부엉이ㆍ오색 딱따구리ㆍ개똥지빠귀ㆍ해오라기 등 천연기념물과 철새들이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도로와 고층 아파트가 사방을 둘러싸고 있어 개발압력도 심하다. 과거 습지 주변에 분포해 있던 오리나무와 물박달나무 등 수령 20여년된 아름드리 나무들이 베어져 나갔고 쓰레기도 나뒹글고 있다.
■ 한강 밤섬
1968년 여의도 개발과 함께 사라졌던 비운의 섬. 한강의 퇴적물들이 쌓이면서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섬이 물 위로 조금씩 솟아 다시 제모습을 찾았다. 크기는 (241,490㎡).
서울시가 1999년 지정한 생태계보존지역 1호로 이젠 나무와 풀이 우거지고 새들이 모여드는 세계적인 도심속 철새도래지로 변했다.
흰꼬리수리ㆍ황조롱이ㆍ원앙 등 천연기념물과 청둥오리ㆍ비오리ㆍ재갈매기ㆍ논병아리 등 25종의 새들이 제 집 삼아 살아가고 있다.
생태계가 회복되면서 밤섬 주변 한강에는 메기ㆍ쏘가리ㆍ잉어 등 29종의 어류가 살고 쇠뜨기ㆍ버드나무ㆍ느릅나무 등 223종의 식물들도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그러나 서강대교 건설이후 소음과 매연 등으로 찾아오는 조류들이 1만마리 이하로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세계적인 개발도시인 서울에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잘 보존돼 있는 지역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며 “이를 지켜내고 더 이상의 훼손을 막으려면 행정당국의 철저한 관리 감독과 시민들의 환경보존의식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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